이창용 "공급충격 장기화 시 정책대응 필요…인플레 리스크 확대"[문답]
"외환보유액은 방어선 아닌 속도 조절 수단"…환율은 대외 변수 영향 강조
"성장률 떨어질 위험에 추경…부채 아닌 초과세수로 재원 마련한 점 긍정적"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충격이 일시적일 경우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진다면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이 총재가 퇴임을 앞두고 여는 마지막 금통위 기자간담회다.
이 총재는 "공급충격에 대한 통화정책 운영의 기본 원칙은 명확하다"며 "충격이 일시적이면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장기화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서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계속 가져갈 수는 없어 상당 폭 지속되면 물가가 예상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올라간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했다. 이로써 한은은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면서, 금리 인상과 인하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 반영된 결정이다.
다음은 이 총재와 취재진 간 일문일답
▶(이 총재) 시계를 6개월로 확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별 금통위원들의 3개월 의견을 따로 묻지 않았고 내부 연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기록만 해놨다. 그래서 의원님들이 어떻게 판단하셨는지를 일일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분위기를 말씀드리면, 최근 몇 주간은 중동에서 오는 뉴스에 따라 경제 변수들이 너무 급격히 변동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논의하기보다 중동 사태의 전개 방향과 2주 협상 과정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를 봐야 정책 논의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3개월 금리 전망과 관련해 인상·인하 논의가 크게 없었고, 사태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 총재) 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이 어느 수준이 되면 정책으로 반영하느냐는 기계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원칙은 명확하다. 2차 파급 효과가 없고 단기적이면 통화정책이 가급적 반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2차 파급 효과가 있고 지속적이면 대응해야 한다는 것. 다만 그 수준은 상황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특정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이 총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지금은 주가나 환율이 높은 상황이고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가는 면이 있지만, 작년 성장률이 거의 1%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 회복을 충분한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지연됐던 소비가 있었지만 지금은 수요 측면에서 그 정도 압력은 아니다. 다만 공급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로 유럽에 영향을 줬지만, 이번 중동 사태는 아시아, 특히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대만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공급 충격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최고가격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올라간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 총재) 현재 시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3월 물가가 2.2% 수준이고, 성장률이 일부 둔화되더라도 어느 정도 방어 가능하다. 추경도 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사태가 종결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말씀드린다. 다만 향후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다.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면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고, 그 경우에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총재) 재정에 대해서는 재정 건전성이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을 계속 강조해왔다. 다만 이번 추경은 부채 조달이 아니라 초과세수로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위험이 큰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활용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지출 구조를 보면 지방교부세 4.7조 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4.8조 원 등 법에 따라 자동 배분되는 구조가 있는데, 경기 대응 목적의 추경에서 이런 경직성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교육 투자 필요성이 컸지만, 지금은 고령화·노인 빈곤 등 새로운 재정 수요가 있는 만큼 구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총재) 경상수지 전망은 5월 전망을 봐주시는 것이 좋겠지만, 현재까지 속보치를 보면 수출은 예상보다 좋고 건설은 예상보다 나쁘다. 환율 상승과 건설 비용 증가 영향이 반영된 결과. 결국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동 사태가 여기서 끝나느냐, 에너지 인프라 피해가 발생하느냐. 내부적으로 단기·중기·장기 시나리오를 모두 점검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5월 전망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총재) 환율을 1200원, 1500원 같은 절대 수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달러 인덱스 대비 상대적 움직임으로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과거 환율 상승 상당 부분은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이었고, 최근에는 중동 사태로 인한 지역 취약성 요인이 추가됐다.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환율이 반드시 상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환율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 총재) 작년 말에는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 급증이 환율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들어서는 외국인 주식 매도가 주요 요인이다. 1~4월 외국인 주식 매도 규모가 478억 달러로, 작년 연간 70억 달러 대비 약 7배 수준이다. 3월 한 달에만 298억 달러가 유출됐다. 이는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 중동 사태 영향, 반도체 중심 상승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 환율은 중동 사태와 외국인 매도세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며, 작년과는 다른 구조다. 다만 경상수지 흑자가 크기 때문에 외화 유동성은 매우 풍부한 상황이다. 중동 사태가 안정되면 환율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을 영구적으로 조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변동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이다. 당시(작년 말) 개입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
▶(이 총재) 외환보유액 예전 2000억 달러일 때는 2000선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했고, 3000억 달러일 때는 3000선, 4000억 달러일 때는 4000선이 무너지면 위기라고 하는 얘기가 계속 반복됐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채권국이기도 하고 해외 자산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외환보유액이 특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위기라는 식의 접근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외환보유액은 이렇게 변동성이 있을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과도하게 절하되거나 시장이 불안정할 때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특정 숫자를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가 아니라 거시경제 정책 운영에 대한 신뢰다. 제가 지난 몇 년간 보면서 외환보유액이 부족해서 한국이 문제라는 외신 보도를 본 적은 없다. 오히려 외환보유액 숫자 자체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국내에서 더 많이 제기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외환보유액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는 인식은 이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총재) 주택시장은 강남 등 일부 지역은 안정 또는 하향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도권 외곽은 상승하는 등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 문제는 단기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구조적 문제.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양극화와 자원 배분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가계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실수요자 부담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한 조정 과정이다. 그동안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단계라고 본다.
▶(이 총재) 국민 정서와 다르게 생각하실 수는 있겠지만,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 과정에서 그 인재가 해외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려를 크게 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해외에서 오랜 기간 생활하다가 들어왔고, 그런 상황에서 해외 자산 보유 자체를 문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최종적인 판단은 새 총재 후보자가 하실 문제지만, 신현송 교수의 애국심이 보유 자산보다 더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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