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계열사에 17년간 '무이자 꼼수' 지원…공정위, 171억 과징금·檢고발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계열사에 360억 지원…17년간 저금리 제공
대출금리 연 0.3% 수준 사실상 무이자 대여…이자비용 458억 절감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HDC그룹 지주회사 HDC가 계열사인 HDC 아이파크몰에 17년간 36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지원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제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이자비용 약 458억 원이 절감됐다.
공정위는 8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HDC그룹 지주사 HDC가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계열회사인 HDC 아이파크몰에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사실상 무이자로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71억 3000만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이파크몰은 용산 민자역사의 건설과 역사 시설 등 복합빌딩의 운영 및 관련 부대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아이파크몰' 브랜드로 복합쇼핑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HDC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7년간 333억~36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아이파크몰에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했다. 공정위는 HDC의 이같은 행위가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기간 아이파크몰이 정상적으로 지급했어야 하는 이자는 총 504억 원이었으나, 아이파크몰은 47억 원만을 지급하며 약 458억 원을 절감했다.
이순미 공정위 상임위원은 "아이파크몰은 17년이 넘는 장기간 330~360억 원 상당의 자금을 사실상 무상으로 사용함에 따라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며 "복합쇼핑몰 시장에서의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등 공정거래의 질서가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파크몰은 2001년 용산 민자역사 임대분양(선분양)을 통해 95%의 높은 분양률을 달성했고 민자역사 준공이 완료된 2004년부터 아이파크몰 운영을 시작했으나, 집단상가(임대매장) 형태의 운영 방식 및 상권 미형성 등 대내외적 임대 환경 악화로 인해 2005년 9월 기준 점포 입점률은 68%에 불과했다.
이 결과 아이파크몰은 2005년 영업손실 61억 원, 당기순손실 215억 원을 기록했다. 임관리비 등 미수금액은 404억 원, 미지급 공사대금은 962억 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도달하는 등 이 사건 지원 행위가 개시된 시점 심각한 경영 및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아이파크몰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임대매장 개별 운영 방식에서 직영매장 형태(복합쇼핑몰 운영)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했고, 그에 따른 예상소요자금은 360억원에 이르렀으나, 재무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해당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HDC는 아이파크몰의 사업구조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2006년 3월경 아이파크몰 일부 매장을 보증금 360억 원에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매장의 운영 및 관리 권한을 전대 형식으로 아이파크몰에 위임하고 그 사용 수익을 배분받기로 하는 내용의 '운영관리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일괄 거래 방식의 계약에 따라 HDC는 임대보증금, 임대료 및 관리비를 지급하고, 아이파크몰은 위임료(위임매장 관리·운영 대가)와 사용수익을 지급하되 임대료·관리비를 위임료와 상계했는데, 이는 HDC가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대여하고 아이파크몰이 사용수익 명목의 이자를 제공한 것과 같다.
아이파크몰이 2006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HDC에 지급한 사용수익은 연평균 1억 5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평균 0.3%로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HDC가 아이파크몰에 저금리로 자금을 대여한 것과 같다고 봤다.
거래 기간 중 사용수익 배분 방식이 일부 변경되거나 임대보증금 조정(2011년 10월 이후 333억 원)이 있었으나, 이 사건 일괄 거래의 기본 구조는 동일하게 유지됐다.
아이파크몰은 2011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4년에는 흑자로 전환되는 등 시장 퇴출 위기를 모면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파크몰 고척점을 2022년 개장하는 등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유력한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다.
이 위원은 "이번 조치는 그룹 내 우량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차 거래로 위장한 우회적인 자금대여 행위를 제재한 사례로서, 장기간 임대차로 위장된 자금대여의 실질을 밝혀 탈법행위를 차단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정위는 HDC그룹 동일인 정몽규 회장이 지원 행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법인 HDC만을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이 2018년 이 사건 일괄 거래의 실질이 우회적인 자금대여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해 과세처분을 하자 HDC는 2020년 7월 이 사건 일괄거래를 자금대여 약정으로 전환했고, 2023년 7월까지 아이파크몰에 저금리로 자금을 대여했다.
HDC는 이를 위해 신용등급이 높은 HDC의 가중평균차입금리와 아이파크몰의 가중평균차입금리를 평균하는 방식으로 대여금리를 산정해 아이파크몰의 자체 조달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했다.
HDC는 국세청 처분에 불복했으나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HDC 측은 이번 제재와 관련해 "민자역사 개점 초기 대규모 공실로 폐점 위기를 겪었고, 투자 손실로 생존 위기에 처했던 상가 수분양자들이 관리비 면제, 상가 위탁경영을 요구하며 HDC도 그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임대차계약 및 운영관리위임계약을 체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 이에 따랐던 것"이라며 "상가 수분양자들은 공실에 따른 채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고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민자역사는 철도사업법에 따라 30년간 임대수익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로, 애초에 진출입이 자유로운 경쟁시장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해당 행위가 정상적인 거래이고 정당한 행위였음을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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