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동發 유가 급등에 경기 하방 위험↑…물가·투자 영향 우려"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소비 개선세 지속…3월 유가 급등에 경기 불확실성 증대
기업·소비자 심리 동반 하락…"물가 상방 압력 확대·투자 회복 제약 가능성"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2026.4.1 ⓒ 뉴스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세가 이어졌지만, 3월 들어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불안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2026년 4월 경제동향'에서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을 보여왔던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가운데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면서도 "3월 들어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2월 전산업 생산이 설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3일) 영향으로 증가 폭이 전월(4.7%)보다 크게 축소된 0.5%를 기록했다. 다만 설 명절 영향을 배제한 1~2월 평균 기준으로는 전산업 생산이 2.6% 늘어 지난해 12월(2.1%)보다 소폭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1~2월 서비스업 생산(3.3%)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지난해 10월부터 조정되던 반도체(27.1%) 생산이 2월 들어 급증하면서 광공업 생산(2.3%)도 12월(1.6%)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건설업 생산은 감소했으나 감소 폭이 지난해 12월(-6.4%)에 비해 축소(-3.0%)됐다.

소비는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 설 명절 이동(지난해 1월→올해 2월)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균 소매판매액은 2.7% 늘어 지난해 12월(1.2%)보다 증가율이 높아졌다. 서비스업 생산도 1~2월 중 3.3% 늘었다.

다만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7.0으로 전월(112.1)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KDI는 "유가 상승이 물가에 점차 파급되면서 향후 소비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 호조에 힘입어 1~2월 평균 9.3% 증가했다. 2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조업일수 감소(+3.5일→-3일) 영향으로 13.8%에서 5.3%로 둔화됐으나, 반도체제조용장비(40.0%)를 중심으로 기계류(9.1%)가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자동차(36.4%) 급증에 힘입어 운송장비(9.8%)도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중동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설비투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했지만, 감소세가 다소 완화됐다. 2월 건설기성(불변)이 소폭 증가(1.2%)로 전환하면서 1~2월 평균 감소 폭(-3.0%)이 4분기(-15.1%)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건축(-1.8%)과 토목(10.1%) 부문 모두 개선됐다.

다만 KDI는 "건축 착공이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중동 전쟁에 따른 건설자재 비용 상승이 착공 지연과 공사기간 연장으로 이어지며 건설투자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ICT 품목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3%(일평균 41.9%) 증가했다. AI 관련 수요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일평균 140.5%)와 컴퓨터(176.6%)가 크게 늘었고,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48.1%)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57.0%), 미국(40.7%) 등 주요국 수출이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증가했으나, 중동(-51.3%)은 물류 차질로 대폭 줄었다. 무역수지는 257억 4000만 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이어갔다.

고용 시장에서는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만 4000명 증가해 전월(10만 8000명)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정부 일자리사업 재개로 60세 이상 서비스업(30만 7000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었다.

계절조정 고용률(63.0%)과 경제활동참가율(64.9%)이 각각 전월보다 0.2%포인트(p) 상승했고 실업률(2.9%)은 하락했다. 다만 20대 계절조정 고용률이 59.0%에 머무는 등 청년층 고용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물가는 3월 소비자물가가 전월(2.0%)보다 소폭 높은 2.2%를 기록했다. 석유류가 -2.4%에서 9.9%로 급등한 영향이다.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5.6%)했으나 유가 급등에 따른 석유류 상승이 이를 압도했다.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는 2.2%로 물가안정목표(2%) 수준을 유지했다.

KDI는 "두바이유가 1월 배럴당 62.0달러에서 3월 128.5달러로 급등한 만큼 향후 석유류 외 품목으로도 가격 상승 압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고채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2월 2.5%에서 3월 2.7%로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3월 말 국고채 금리(3년물)는 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전월 말(3.04%)보다 높은 3.55%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3월 말 5052.5까지 하락했고,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대금도 -35조 7000억 원으로 대규모 순매도를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1500원대로 올라섰다.

세계 경제와 관련해 KDI는 "최근 OECD는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025년보다 낮은 2.9%로 전망했으며, 중동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도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