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환율 평균 1465.7원…외환위기 이후 '역대 2위' 기록
금융위기 때보다 높아…중동 전쟁·유가 급등에 원화 가치 하락
지난달 1500원선 돌파, 아시아 주요국 통화 중 하락폭 최대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1분기 달러·원 환율 평균이 1465.72원을 기록하며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보다도 높은 수치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됐고, 이 영향으로 환율은 지난달 단기간에 1500원대로 올라섰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종전 기대 등 하락 요인에도 불구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2분기에도 환율 안정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달러·원 환율 평균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65.72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분기 평균으로 봐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605.7원) 다음으로 높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1분기(1453.00원) △지난해 4분기(1450.80원) △2009년 1분기(1416.07원)가 뒤를 이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 지난해 1분기는 비상계엄 여파, 지난해 4분기는 해외투자 쏠림이 각각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평균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는 지난 2월 28일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지목된다.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뛰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이로 인해 지난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1분기 평균 환율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일별 환율은 19일 1501.0원으로 처음 1500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24일과 25일 이틀만 1400원대로 내려왔을 뿐 나머지 거래일에는 모두 1500원대에서 마감했다.
상승률도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달 달러·원 환율은 1일 1439.7원에서 31일 1530.1원으로 90.1원 뛰어 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DXY) 상승률이 2.4%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WGBI 편입과 종전 기대 등 하락 재료에도 지난 1일 환율이 1500원대에서 머무르는 등 2분기 환율 안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대비 21.6원 내린 1508.5원에 출발해 1501.3원에 마감했다.
하락 재료는 있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가능성 시사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됐고, 지난 1일부터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서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 유입 기대도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1500원을 웃돈 이유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달러 강세,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분기 환율 안정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는 리스크 벤치마크 통화로 통용되기 때문에, 지금처럼 '전쟁 관련 진전이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방향이 바뀌기 어렵다"며 "내려가려면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마침표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환율은 오히려 유가와 연동된 움직임을 많이 가져왔다"며 "이미 망가진 에너지 인프라가 있는 데다, 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올 때마다 환율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 상황 전개에 따라 환율이 1500원을 기점으로 등락하고 있지만 종전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2분기 평균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지난 27일 발표한 보고서의 '비관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동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통제가 5월 말까지 지속될 경우 환율은 향후 3~6개월간 1500원대를 웃돌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전쟁이 국지전에 머물고 약 3개월 내 소강 국면에 접어드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환율은 상반기 1500원 내외에서 등락하고, 이후 1400원대 중후반으로 점차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 연구원은 "1400원이 새로운 기준선이 된 흐름은 작년부터 나타났다"며 "올해를 지나며 환율 밴드가 1400원대에 안착할지, 아니면 1300원 후반~1400원 초반으로 다시 내려올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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