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인하 확대…휘발유 리터당 65원·경유 87원 더 내린다

호르무즈 봉쇄 후 국제유가 41% 급등…코스피 9.6%↓·환율 1500원 돌파
"경제 전시상황"…25조 추경·공급망 위기대책본부·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중동 사태 장기화에 국제유가와 원료가격이 계속된 상승세를 보인 2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25 ⓒ 뉴스1 이호윤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을 현행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각각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65원, 경유는 87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 안정, 공급망 관리, 취약부문 지원, 외환·금융시장 안정 등 4대 분야에 걸친 비상경제 대응방안도 발표했다.

정부는 2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동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중동전쟁 발발 4주 차에 접어들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 및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데 따른 조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2월 27일 배럴당 72.5달러에서 3월 25일 99.2달러로 41% 급등했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9.6% 하락했고, 달러·원 환율은 1440원에서 1500원으로 치솟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향후 상황 전개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중동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어렵게 살린 경제 회복의 불씨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서민, 소상공인, 중소기업, 농어민, 청년 등 취약계층과 지방에 더욱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경제 전시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 하에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4월에는 초과세수를 활용한 25조 원 규모 '전쟁 추경'을 편성해 취약계층·지방·중소기업 지원에 집중 투입하고, 상황 장기화 시에는 5월 이후 추가 대책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유류세 15~25% 인하·최고가격제 품목 확대…민생물가 특별관리품목 20개 신규지정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는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7%에서 15%로, 경유는 10%에서 25%로 각각 확대한다. 27일부터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일부 상향 조정하되, 유류세 인하를 동시에 실시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인하분(부가세 포함)은 휘발유 리터당 65원, 경유 87원 수준으로, 현행 세율 기준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763원에서 698원으로, 경유는 523원에서 436원으로 각각 낮아진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31일 국무회의 상정을 거쳐 4월 1일 공포 예정이며, 27일 반출·수입신고분에도 소급 적용된다.

아울러 기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선박용 경유를 추가 편입하고, 화물·버스 대상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비율도 4월까지 한시적으로 현행 50%에서 70%로 상향한다.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UAE 원유 2400만 배럴 등 대체수입선 확보를 강화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 결의에 따른 비축유 2246만 배럴 방출도 이행할 예정이다. 원전 가동률은 현 70%대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민생물가 관리를 위해서는 중동전쟁 영향을 받는 공산품·가공식품 전반과 20개 품목을 특별관리품목으로 추가 지정해 기존 23개에서 43개로 늘린다.

쌀·계란·고등어 등 농축수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150억 원을 투입해 4~5월 최대 50% 할인지원을 실시하고, 상반기 중 중앙공공요금을 동결하며 지방공공요금도 하반기로 인상 시기를 조정하도록 지방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나프타 위기품목 지정·요소수 매점매석 금지…공급망 대책본부 가동

공급망 분야에서는 경제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관계기관 합동 공급망 위기대책본부를 전날(25일) 신설·가동했다. 품목별 수급 상황 및 기업 애로를 일일 상황 회의를 통해 점검하는 체계다.

중동 의존도가 70%에 달하고 최근 2월 말 대비 67% 급등한 나프타는 공급망법상 위기품목으로 지정했다. 27일부터는 긴급수급조정조치(수출통제 등)를 시행하고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을 촉진한다. 공급망기금 내 '중동 피해 대응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 대체 수입, 긴급운영자금 등 1조 5000억 원 지원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매점매석금지 고시를 27일부터 시행한다. 요소수 수입·제조·판매업자와 요소 수입·판매업자는 2025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7일 이상 보관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 함께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관련 물품 몰수·추징 등이 적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에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가 설치·운영되며 공정위·국세청·관세청과 합동점검반도 운영된다.

비철금속의 경우 알루미늄 8000톤 추가구매·연간 공급계약 확대 등 비축 물량을 확충하고, 아스콘·종량제봉투 등 유가연동제품의 가격·공급 상황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비상경제 대응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구 부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2026.3.26/뉴스1 임세영 기자
정책금융 4조원 추가·물류비 지원 확대…취약계층·업종·지역 맞춤 지원

취약부문 지원을 위해서는 정책금융 지원 규모를 기존 20조 3000억 원에서 24조 3000억 원으로 4조 원 확대한다. 산업은행은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상 금리 최대 0.7%p 감면, 수출입은행은 최대 2.2%p 감면 등 우대금리 대출을 제공한다.

한국은행도 금융중개지원대출 내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한도 14조 원을 활용해 중동전쟁 피해기업 등을 지원하고, 지방 중소기업 등으로 지원 확대를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수출 바우처를 통한 물류비 지원 한도도 기존 3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위험할증료·우회운송비 등에 대한 별도 한도도 신설한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중진공 정책자금 특별만기 연장을 시행하고, 매출이 15%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최대 7000만 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농어민 대상 무기질 비료 원료구입자금 2000억 원도 지원한다. 영업용 화물차(심야)와 노선버스의 고속도로 통행료는 1개월 면제된다.

업종·지역 차원의 선제 대응도 추진한다. 고용 위기 심화 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검토하고, 석유화학 중동 대응 관련 특별연장근로 신청은 접수 3일 이내 인가하기로 했다.

국적 해운선사 대상 긴급자금 지원, 항공사 재무구조 개선명령 조치의 한시 유예도 함께 추진된다.

긴급 국고채 바이백 5조원…WGBI 편입 후 자금유입 상시 점검

외환·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서는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면서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되지 않도록 적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5조 원 규모의 긴급 국고채 바이백을 실시하고, '100조 원+α 시장안정프로그램' 집행과 함께 채권시장안정펀드 운용 규모 확대 방안도 사전 준비한다. 한은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실시할 계획이다.

4월 1일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이후 자금유입 상시점검체계도 가동한다. 재경부 내에 'MSCI 전담조직'을 구성해 외환·자본 제도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추진한다. 금융권 전반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4월 중 실시 완료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중동전쟁이 종결돼 세계 경제가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물가, 공급망, 취약부문, 외환·금융시장 등 전 분야를 한 치의 빈틈없이 점검하고 필요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전 부처가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