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환율, 뉴노멀 아직"…분수령은 '전쟁 60일·유가 100달러'
전문가들 "1500원대 고착 시기상조…적정 환율은 1400원대 후반"
국내 수급 아닌 '대외 변수'가 원인…외환당국 개입 카드 제한적
- 이강 기자,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이강 심서현 기자 = 중동발(發) 달러 강세로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1500원대를 당장 '뉴노멀'로 단정하기는 이르며, 향후 전쟁 장기화 여부와 국제유가 흐름이 환율 고착화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9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17.9원 오른 1501.1원으로 마감했다. 주간거래 기준 환율이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3월 10일(1511.5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글로벌 달러 강세가 주도하고 있다. 중동 지역 무력 충돌 확산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데다 국제유가마저 치솟은 영향이다. 유가 상승은 원유 결제용 달러 수요를 늘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1500원대 환율을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진단했다. 향후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 여부와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가 환율 고착화를 가를 핵심 변수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1500원대 환율을 뉴노멀로 보긴 이르다"며 "단순한 유가 레벨보다는 전쟁 지속 기간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이 한두 달 내 끝난다면 오버슈팅 이후 되돌림이 가능하지만, 그 기간을 넘기면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전쟁 변수가 큰 상황에서 곧바로 1500원을 노멀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60일이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여부도 뉴노멀의 가늠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본부장은 "유가가 100달러 이상 머무는 동안은 1500원대가 유지될 수 있지만 1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뉴노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WTI(서부텍사스산원유) 100달러를 분기점으로 볼 수 있으며 과거처럼 130달러나 15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8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두바이유 기준 155.55달러, WTI 기준 96.32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추가로 오르더라도 극단적인 전쟁 장기화를 제외하면 그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인 적정 환율로는 1400원대 후반에서 1430원 선을 꼽았다.
김효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현 수준에서 추가 상승 여력은 다소 제한적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 이코노미스트도 "대외 여건은 나쁘지만 국내 수급 여건은 작년보다 나아졌다"며 "전쟁 장기화 변수를 제외하면 1430원대 정도까지는 내려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 역시 "우리나라 펀더멘털과 자본 유출 등을 감안하면 1400원대 후반이 적정 환율에 가깝다"면서도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처럼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유가가 높은 상태가 지속하면 1500원대가 고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환율 상승이 철저히 대외 요인에 기인한 만큼 외환당국의 정책 대응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국내 자본 유출이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이었지만 현재 국내 자본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정책만으로 환율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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