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물량+비축유로 4월말까지 대응…정부, 호르무즈 봉쇄 '단기방어' 총력

UAE산·비축유 4600만배럴 긴급투입…차량5부제 등 수요관리도 검토
1.9억 배럴 비축유 '최후 보루'…봉쇄 장기화 여부가 최대 변수

이란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되자 오만 무스카트항 인근에 루오지아산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국내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중동산 원유 도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4월 원유 수급이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행히 정부의 비축유 방출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확보한 원유 물량이 차질 없이 공급될 경우, 4월 말까지는 큰 위기 없이 수급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유사와 정부의 추가 비축분까지 감안하면 단기 충격은 일정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결국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여부가 수급 안정의 최대 변수라고 보고 있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봉쇄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마지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은 오는 24일 전후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중동산 원유 도입이 지연될 경우 정유사들은 당분간 기존 재고로만 버텨야 한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운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망 부담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UAE 확보 물량·IEA 공조 비축유…하루 소비량 기준 3주 이상 버틸 물량

단기적으로는 확보된 물량이 완충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총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확보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해 2246만 배럴의 비축유 방출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1800만 배럴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확보한 600만 배럴을 포함하면 UAE로부터 총 2400만 배럴을 들여오게 된다.

단순 계산상 UAE 확보 물량과 IEA 공조 비축유를 볼 때 해당 물량은 우리나라 하루 소비량 기준 약 16~19일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민간 재고 활용과 수요 조정 가능성까지 감안할 경우 대응 기간이 22~25일가량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민간 재고도 버팀목이다. 다만 대체 수입선 확보는 가능하더라도 도입 단가 상승과 운송비 증가 부담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단기 수급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여부가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수급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사태 장기화 여부가 최대 변수라고 보고 있다.

김태환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지금 문제는 호르무즈 봉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라며 "비축유 방출과 대체 수입선 확보, 민간 재고 활용 등을 통해 단기 충격은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민간 재고와 정부 대응 수단을 감안하면 일정 기간은 버틸 수 있지만, 공급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결국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수요 관리 정책도 함께 병행해 시간을 확보하는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는 약 1억 9000만 배럴 수준이다. 정부는 IEA 기준으로 약 208일간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는 일평균 순수입량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실제 국내 석유 소비량(하루 약 250만~280만배럴)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대응 기간은 약 68~76일 수준이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시기와 규모를 조율하는 한편, 산유국 및 해외 기업이 국내에 비축한 원유에 대한 우선 구매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도입 가능성도 일부 거론된다.

수요 관리 차원에서 차량 5부제나 10부제 등의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차량 운행 제한 등 강도 높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에는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 소비 제한 조치가 도입될 가능성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지역에 편중된 원유 수입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입선 다변화와 정유 설비 전환 등 에너지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