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조 '벚꽃 추경' 온다…에너지바우처·유가보조금 등 '핀셋 지원'
李 '속도전' 주문에 최대 20조 규모 조기 추경…'3말4초' 발표 전망
삼성·SK 법인세 등 '초과세수' 활용…적자국채 없는 재원 마련 방점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이른바 '벚꽃 추경'(봄철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식화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커진 서민·물류비 부담 등을 완화하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확대와 유가연동보조금 인상 등 민생 중심의 '핀셋 지원'에 재정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추경 규모는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와, 실제 예산이 어디에 투입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3일 기획예산처는 임기근 장관 직무대행 차관 주재로 중동 상황 점검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 신속 대응을 위한 추경 준비에 착수해 조속한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경제 충격 완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속도전을 거듭 강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기획예산처는 추경 편성의 3대 가이드라인으로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서민·소상공인·농어민 민생 안정 △외부 충격에 타격을 받는 수출기업 지원을 제시했다. 단순히 돈을 푸는 보편적 지원을 넘어, 유가 급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 화물차·대중교통 유가연동보조금 단가 인상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특히 13일부터 시행된 '석유류 최고가격제'로 인해 발생할 정유사와 주유소의 강제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예산도 상당 부분 담길 전망이다.
여기에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예산도 일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 상승으로 한계에 몰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는 한편, 대체 에너지 전환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 지원' 예산(약 3조 원)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초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문화예술계 지원 예산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추경 규모가 최소 10조 원에서 최대 2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경의 관건은 정부가 공언한 '적자국채 발행 없는' 재원 조달 방안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중동 분쟁 등으로 국고채가 약세(금리 상승 압력)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십조 원의 적자국채를 추가로 찍어낼 경우, 금리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전반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정부는 법인세 초과세수를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 역대급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이달 말 걷히는 법인세 수입이 당초 정부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올해 국세 수입을 전망할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5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28조 8000억 원, 37조 200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삼성전자는 43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예상치가 44조 5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KB증권은 높아진 영업이익을 고려하면 법인세가 당초 예상보다 5조 3000억 원가량 더 걷힐 것으로 분석했다.
증시 활황에 따른 세수 여력도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올해 1~2월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각각 128%, 89% 증가했으며, 올해부터 증권거래세도 0.05%포인트(p) 높아진 상태다.
KB증권은 현재와 같은 거래량이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관련 세수입(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이 기존 추정치(7조 2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18조 4000억 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법인세와 증권거래에 따른 초과세수는 최소 10조 원 이상이며, 다른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하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며 "이러한 초과세수에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 잉여금 규모를 더하면 최대 20조 원까지도 적자국채 없는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속도전을 주문한 만큼, 기획예산처의 편성 시계도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기획처는 이날 각 부처에 추경 요구안을 제출하라고 통보하는 등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를 목표로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통상 추경안 편성에는 빠르면 2~3주, 길게는 한 달 이상 소요된다. 오는 23일 예정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큰 무리 없이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취임 직후인 이달 내에 추경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경안이 이달 말이나 4월 초에 국회로 넘어가 빠르게 통과될 경우, 늦어도 5월부터는 실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처 관계자는 "현재 부처 내에서 본격적인 추경안 편성 작업에 착수했다"며 "진행 상황에 따라 이달 말 안에 추경안을 발표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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