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원전·재생E 믹스 '실용주의'로…중동사태, 위기를 기회로"
[뉴스1 초대석] 김성환 기후장관 "2030년까지 재생E 70조 시장"
"전기차·하이브리드만 남는다…사용후핵연료, 해상으로 운반"
- 대담 국종환 경제부장,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대담 국종환 경제부장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중동 정세 불안 등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해 현재 연간 240조 원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액을 2030년까지 100조 원대로 줄이고, 절감된 70조 원 이상을 국내 경제로 선순환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단기 유가 급등 상황에서도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민생 전기료 인상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과거 에너지 안보는 중동 의존을 줄이기 위한 수급 다변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한국의 연간 에너지 수입 규모는 약 240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실제 소비되는 규모는 약 170조원이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2030년까지 에너지 수입 규모를 100조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약 70조원이 국내 경제 안에서 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 전환과 산업 구조 변화가 함께 이뤄지면 새로운 산업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을 함께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그동안 재생에너지와 원전 사이에 제로섬 논쟁이 있었지만, 지금은 탈탄소와 에너지 안보라는 큰 틀에서 두 전원을 함께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을 빠르게 줄이고 가스를 비상 전원화하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을 적절히 조합해 에너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장관은 "유가가 120달러 이상 몇 개월 지속되고 가스 가격도 높은 수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당장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다"라며 "가격 변동 요인이 있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한국전력의 흑자 폭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막을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은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 전기차 보급 등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망 투자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전기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과 수도권 사이 요금 체계를 조정해 전기를 많이 쓰는 공장이 수도권이 아니라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전환과 자동차 산업 경쟁력 문제도 주요 과제로 언급했다. 김 장관은 "몇 년 전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주춤했던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2030년대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김 장관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입지와 관련해 해안 접근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사용후핵연료는 육상이 아니라 해상으로 운반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원전이 대부분 해안에 있기 때문에 최종 후보지도 해상 접근성이 있는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경우 에너지 협력도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금은 남북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교류가 재개된다면 에너지 협력은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며 "북한 경제 발전에서 큰 제약 중 하나가 에너지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 일문일답.
-중동 정세 불안 속 에너지 안보를 어떻게 봐야 하나.
▶ 과거 에너지 안보는 중동 의존을 줄이기 위한 수급 다변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다. 기후위기와 최근 중동 상황을 함께 고려하면,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면서 원전을 섞는 탈탄소 에너지원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걸 위한 에너지 대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에너지 전환을 구상하고 있나.
▶ 지금 한국 에너지 구조는 석탄 30%, 가스 30% 정도인데 이게 다 유가와 연동돼 움직인다. 그래서 석탄을 빠른 속도로 줄이고 가스를 비상 전원화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리고, 원전과 적절하게 섞어 에너지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해 가는 게 숙제다.
-에너지 전환이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뜻인가.
▶ 연간 에너지 수입 총액이 240조원 정도인데, 그중 국내에서 실제 소비되는 규모가 약 170조원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2030년까지 이 수입 규모를 100조원대로 낮출 수 있다. 그러면 70조원이 국내 안에서 돌게 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과 새로운 산업 전환까지 겹치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 추가로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까지 늘리기로 했는데 최대한 조기에 달성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력망 체계도 바꿔야 하고 요금 체계도 바꿔야 한다. 석탄 발전 위주의 발전 자회사들도 전환이 실질화돼야 한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국민과 산업계가 할 일은 무엇인가.
▶ 에너지 총수요를 줄이는, 이른바 '에너지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산업계도 최대한 에너지를 효율화하면서 탄소 위주의 산업 체계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바꿔야 한다.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본다.
-석유화학 업종 부담도 커질 텐데.
▶ 지금 가장 어려운 산업이 석유화학이다. 중국발 구조조정 문제도 있는데, 나프타를 중동에서 대략 45% 수입하는 구조여서 최근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과거(윤석열) 정부 때 전기료가 꽤 많이 올라가 산업계 부담도 큰 상황이다.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 에너지 체계도 최대한 지산지소형으로 짜야 한다.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서 값싸게 전기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기본으로 하고, 그래도 불가피한 경우에는 고압 송전망을 통해 공급하되 국민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경우가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중동 사태로 LNG 수급이 흔들리면 석탄 발전 가동을 늘릴 수 있다는 말은 탈석탄 후퇴 아닌가.
▶ 일시적 대응으로 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탈탄소 에너지 대전환으로 가야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빨리 늘려도 시간이 걸린다. 단기적으로는 가스 가격 영향과 발전 비용 문제를 줄이기 위해 원전 발전량을 늘리고, 필요하면 석탄발전도 일부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장기적으로 2040년 탈석탄 로드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 한수원이 부지 공모를 하고 있고, 접수가 마감되면 전문가위원회가 지반 안정성, 지진 가능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 평가해 결정할 것이다.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 영역에서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고준위 방폐장 문제는 어떤 원칙으로 풀 생각인가.
▶ 법률적 체계는 갖췄고 정부 내 위원회도 출범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계다. 다만 과거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정을 매우 투명하게 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주민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주민투표까지 거쳐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운반 방식과 후보지 조건은 어떻게 보나.
▶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육상이 아니라 해상으로 운반한다. 우리 원전이 대부분 해안에 있기 때문에 최종 후보지도 해상 접근성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야 하고, 지반이 튼튼해야 하며, 화강암 기반 같은 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을 따지면 후보지는 어느 정도 압축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방폐장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 재처리를 하면 사용후핵연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과는 다르다. 그렇게 해서 줄일 수 있는 양은 많지 않다. 지금 나오는 총량을 잘 고려해서 적정한 규모의 방폐장을 짓는 게 중요하다. 재처리한다고 해서 양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발전5사 통폐합이나 구조 개편은 어떻게 보나.
▶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법정 기한이 2040년까지다. 이재명 정부도 2040년 탈석탄을 약속한 만큼, 그 취지가 12차 전기본에 담겨야 한다. 그러면 석탄발전을 주력으로 하는 발전 자회사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계획도 연동될 수밖에 없다. 완전 통합이든 부분 통합이든 기능별 조정이든 여러 의견이 있고, 지금은 당사자와 전문가 의견을 함께 수렴하는 단계다.
-전기차 확대 전망은 어떻게 보나.
▶ 몇 년 전 전기차 화재 사고 때문에 주춤했던 흐름은 많이 회복되는 것 같다. 자율주행 기능이 붙으면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선호도도 올라갔고, 가격 경쟁이 생기면서 값싼 전기차도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2030년대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만 남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걱정은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에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주도권을 가질 것이냐다. 자동차 산업은 경제 파급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다. 여기서 뒤처지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에너지 대전환 과정에서 국내 자동차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중동 사태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 일단 에너지 수급 면에서는 그런 우려까지는 아직 아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점검하고 있다. 유가가 120달러 이상 3~4개월 지속되고 가스 가격도 높은 수준이 3~6개월 이어질 경우 전기요금 인상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지금은 가격 변동 요인이 있어도 실제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가스 사용을 최소화하려 하고, 최악의 경우 가스를 쓰더라도 그 부담이 전기요금으로 바로 가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전이 연간 13조원 정도 흑자가 생겨 사채를 갚아나가고 있다. 비상 상황이 생기면 한전의 흑자 폭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곧바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요인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에너지 협력 가능성도 있나.
▶ 지금은 남북 관계가 워낙 단절돼 있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문이 다시 열리고 남북 간 교류 협력의 폭이 커진다면 에너지 협력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북한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보면 에너지 체계가 매우 불안정하다. 그런 면에서 협력이 강화되면 우리가 지원하거나 협력할 영역이 꽤 있을 것으로 본다.
-미래세대와 기후위기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
▶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위기인데, 이를 풀어나가는 단위는 결국 각 국가의 선의에 맡겨져 있다.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 보니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남들이 갔던 길을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 가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산업혁명기 때와 다르다. 새로운 문명 전환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한다면 다음 세대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5년이 그 갈림길이 될 것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1965년 전남 여수 삼산면 거문도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법대와 행정대학원을 나왔으며 대학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연대사업국장을 지내는 등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다. 1992년 신계륜 민주당 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1995년 노원구 의원으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제11·12대 노원구청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을 일했으며 2018년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해 중진 의원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제22대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2025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실을 포괄해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초대 장관으로 재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을 지내며 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과 함께 당을 이끈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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