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1조 조사 착수…"韓 15% 관세 사수 전망, 대미투자 1호 서둘러야"
미 무역대표부,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韓 포함 16개국
통상본부장 "기존 무역 합의 유지 차원"…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
- 이정현 기자,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김승준 기자 = 미국이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한국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12일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대(對)미 투자특별 법안이 통과하고 첫 투자 프로젝트 공개도 가시화하면서, 이번 조사가 곧바로 한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전문가들은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를 신속히 발굴·확정함으로써, 이번 조사와 관련한 관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한국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11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주체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대상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이 포함됐다.
그리어 USTR 대표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 금지와 관련한 별도의 301조 조사도 추가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미국 통상법 조항으로, 외국 정부의 정책이나 관행이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미국 상업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뒤 관세 부과 등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조사 대상 품목 외에도 광범위한 관세 부과 등 통상 조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조사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됐던 국가별 상호관세와 이른바 '펜타닐 관세'가 미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 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유지하기 위한 대체 수단으로 추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서면 의견 접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올여름까지 조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조사 절차가 필요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사 기간을 약 5개월로 단축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부과한 '글로벌 관세'가 의회 승인 없이 최대 150일(오는 7월 24일)까지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4일 해당 관세를 10% 세율로 발효하면서 상한선인 1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이후 추가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글로벌 관세가 만료되는 7월 24일 이전까지 주요 교역국에 대한무역법 301조 조사를 마무리하고, 이를 근거로 새로운 관세 조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조사가 미국이 기존 상호관세 정책이 무효화한 이후 새롭게 꺼내든 통상 수단으로,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기존 '15%'의 상호관세에서 추가적인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
더욱이 이날 국회에서의 대(對)미 투자특별법 처리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했던 '입법 지연' 문제가 해소된 만큼, 미국의 관세 추가 압박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재개와 관련해 긴급브리핑을 열고 "오늘 (미국에서)발표된 조치는 제조업 부문의 공급 과잉을 겨냥한 것으로, 한국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다"라며 "16개국 전반적으로 구조적 요인을 조사 개시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번 조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미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온 이후에 미 행정부 목표는 기존 미국이 합의를 했던 무역 딜(Deal)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는,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위해서 다른 대체적인 법적인 수단을 활용해서 위헌 판결 이전에 관세 수준 복원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전문가들의 견해도 비슷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301조 조사는 기본적으로 협상 압박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며 "한국처럼 대미 투자 확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실제 투자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는 미국이 강경한 관세 조치를 선택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며 신속한 투자 프로젝트 발굴·선정을 주문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도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공급망과 산업 투자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큰 만큼 협력 관계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구체적으로 공개되면 통상 갈등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또 "301조 조사가 추가 관세나 비관세 장벽 문제로 확대하지 않도록 하려면, 한미 간 기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전략적 투자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대미투자특별법을 통해 투자청과 투자위원회가 출범하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무역 구조로 볼 때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일부 대미 수출품에 대한 301조 조사에서 한국이 미국에 심각한 불공정 무역을 했다는 판단이 내려져 일본이나 EU 등 다른 국가보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을 확률은 낮을 것이란 견해도 내놨다.
허 교수는 "여러 국가가 동시에 관세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301조' 조사에서 관세 적용 범위에 상한이 없는 점, 기준 등이 광범위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여 본부장은 "한미가 지난해 합의했던 이익 균형이 유지되고, 특히 수출에 있어 주요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이번 조사 협의 과정에서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미국 제조업 재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을 통계와 논리를 통해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자체가 장기적인 협의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지속적인 대응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사 과정에서 미국이 디지털 규제나 비관세 장벽 등 다양한 통상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인 설명과 협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상식 원장은 "기존의 투자, 관세, 비관세 장벽 문제를 넘어 앞으로는 공급 과잉, 보조금, 국영기업, 금융·환율 문제까지 미국이 통상 압박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여러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 교수도 "미국이 향후 디지털 서비스, 의약품 가격 제도, 농산물 시장 접근 등 다른 통상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번 대미 투자 협력 구도를 한국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협상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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