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10% 확대 시 휘발유 82원↓…연간 세수 1.8조 감소 전망
37% 최대 인하시 L당 300원 하락…월 세입 6000억 감소
정부, 초과 세수 기반 추경·유류세 인하 병행 추진 계획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중동 사태 이후 급등한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율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인하율을 10% 수준으로 적용할 경우 휘발유 가격이 리터(L)당 약 80원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법정 최대치인 37%까지 인하율을 확대하면 휘발유 가격 인하 폭은 L당 약 300원까지 커지지만, 세수 감소 규모가 커져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류세 인하는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류비와 생산비 증가로 이어지며 소비자물가 전반을 끌어올리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유가 급등기에 활용해 온 대표적인 대응 수단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와 함께 최고가격제(가격상한제) 등이 함께 거론되면서, 물가 안정 효과와 재정 부담 사이에서 정책 선택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율을 1%포인트(p) 높일 때마다 휘발유 가격은 L당 8.2원, 경유는 5.8원의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을 경우, 휘발유에는 L당 820.47원, 경유에는 581.62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7%, 경유 10%의 유류세 인하율을 다음 달까지 적용해 휘발유 L당 763원, 경유 523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인하율이 확대되면 가격 인하 효과가 커진다. 인하율을 10%로 적용하면 휘발유 세액은 L당 82원 낮아져 738.47원이 된다. 인하율을 20%로 높이면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 낮아져 각각 656.47원, 465.62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인하율이 30%로 확대되면 휘발유는 246원, 경유는 174원 줄어 각각 574.47원, 407.62원의 세금이 적용된다.
법정 최대 인하율인 37%를 적용할 경우, 인하 폭은 휘발유 303.4원, 경유 214.6원까지 확대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내 유가가 크게 치솟은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해 10% 수준으로 유류세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은 우리 경제 내부 요인이 아니라 외부 충격으로 인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 등 정책적으로 대응해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가 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만큼 이미 7%가 적용돼 있는 유류세 인하율을 높일 필요가 없다"며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유가가 2000원을 넘어서면 37%를 적용하더라도 중동 사태 발생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국민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어 정책 결정에 변수로 작용한다. 정부는 세수를 일부 줄이더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유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해 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연간 세수가 1조 2000억~1조 8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2021년 10월 유류세 인하 정책을 처음 시행할 당시, 인하율 20%를 6개월간 유지하면 약 2조 5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전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유류세 인하율을 37% 적용하면 한 달에 6000억 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한다"며 "그것도 재정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2021년 16조 6000억 원에서 2022년 11조 1000억 원으로 5조 5000억 원 감소했다.
정부의 세수 전망도 잇따라 빗나갔다. 정부는 2023년 유류세를 11조 1000억 원, 2024년 15조 3000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수입은 각각 10조 8000억 원, 11조 4000억 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3000억 원, 3조 9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15조 1000억 원을 예상했지만 1조 9000억 원의 결손이 발생해 실제 수입은 13조 2000억 원에 그쳤다.
중동 사태로 재경부가 유류세 인하율 확대를 결정할 경우 세수 전망이 다시 빗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은행(WB)과 산업연구원 등은 올해 국제유가를 배럴당 55~60달러 수준으로 전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재경부는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16조 412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 411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중동 사태 이후 소상공인 지원과 한계기업 지원 등을 위한 10조~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호조와 증권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유류세 수입 감소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김태봉 교수는 "유류세 인하로 세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긴급 상황에서는 정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으로 재정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유류세는 양날의 검"이라며 "정부가 세수 전망에 사용한 국제유가 가정이 빗나가면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경 추진 상황까지 고려하면 유류세 인하율 확대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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