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자체 개혁안 발표…회장선거 비용보전, 퇴직자 재취업 1년 제한
선거·인사·책임경영·내부통제 등 농협 전반 제도개선 추진
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 신설…윤리경영 및 자체 개혁 이행 감독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안팎에서 개혁 요구에 직면한 농협이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소수의 공개된 선거인에게 표가 집중되는 현행 중앙회장 선거 방식으로 인해 금품선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만큼, '선거비용 보전제' 도입과 '정책토론회 의무화'를 통해 정책 중심의 선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돼 온 소위 '회전문' 인사를 막기 위해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도 '퇴직 후 1년'으로 제한했다.
농협 내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인 '농협개혁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체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전날 4차 회의를 열고 △선거제도 개선 △인사 공정성 제고 △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 농협 운영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개혁안은 농협이 스스로 제도 개선에 나서 조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대외 신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선제적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농협은 금품선거에 대한 통제장치 강화로 정책선거를 정착시키는 선거제도 개편에 나선다.
이를 위해 중앙회장 선거에 선거비용 보전 제도를 신설하고 정책토론회와 권역별 합동연설회를 의무화해 정책 중심 선거문화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 호별방문이나 금품 제공 등 불법 선거운동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임계치 기반 부정선거 자동감시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이상 징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선거관리기관에 자동 경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선거법 위반자에 대해선 조합원 제명, 기탁금 몰수 등 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공소시효 확대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에 대한 논의도 있었는데, 중앙회의 연합회적 성격을 고려한 '조합장 직선제'와 선거 과열 방지와 효율성을 강조한 '이사회 호선제'가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위원은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결론은 짓지 못했다.
인사 부문에서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한다.
먼저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 가능 기간을 퇴직 후 1년으로 제한해 선거철마다 반복되던 퇴직자의 회전문 인사 관행을 차단하기로 했다.
집행간부는 내부 승진 원칙을 유지하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역량 중심 인사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외부위원 추천 채널을 다양화하고, 추천 위원을 2배수 이상 확대해 운영의 신뢰성을 높인다. 또 임원 추천 시 후보 공개모집을 의무화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후보자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한다.
경제지주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중앙회 소속 위원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60% 수준으로 확대해 계열사 인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내부통제 부문에서는'범농협 준법감시위원회'를 신설해 윤리경영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한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며 범농협 차원의 윤리경영을 총괄하고 농협개혁위원회 활동 종료 이후 개혁과제 이행 상황도 지속적으로 감독할 계획이다.
감사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강화한다. 조합감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의 선출 방식을 감사위원회와 동일하게 통일해 독립성을 높이고, 감사위원회 외부전문가 선임 요건에 직무경력을 포함해 전문성을 확보한다.
이사회에는 '독립이사제'를 도입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한다. 독립이사는 기존 사외이사와 달리 내부통제 관련 안건 등을 이사회에 직접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이사회가 실질적인 경영 감독기구로 기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광범 농협개혁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금권선거, 회전문 인사, 취약한 내부통제 등 농협에 제기되는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개선하는 것"이라며 "정책선거 제도화와 준법감시위원회 및 독립이사제 도입을 통해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24일 제5차 회의에서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고 단계별 실행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개혁위원회를 통해 조직 운영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혁신하고, 뼈를 깎는 쇄신으로 환골탈태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농협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하여 농협 발전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고 농업인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여당은 당정협의회를 갖고 농협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선제' 또는 '선거인단제'로 개편하고, 중앙회·조합·지주회사를 아우르는 통합 감사기구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담은 '농협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정부 합동 감사에서 금품선거와 공금 유용 등 내부 비위가 드러난 데 따른 조치로, 당정은 관련 법 개정을 지방선거 이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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