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휘발유 1800원 쇼크…중동發 '이중 충격'에 물가 비상
환율 금융위기 이후 첫 1500원 터치…서울 휘발유 가격 1800원 돌파
유가 100달러 우려에 고환율까지 겹쳐…수입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 이강 기자,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이강 임용우 기자 = 중동 무력 충돌 여파로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급등하면서 국내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달러·원 환율은 장중 한 때 1500원을 넘어섰고, 서울 휘발유 가격도 사흘 만에 리터(L)당 1800원 선에 진입했다.
원화 약세와 국제유가 상승이 맞물리는 '이중 충격' 구도가 형성되면서 수입물가를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외환시장 연장거래에서 1500원을 일시적으로 돌파한 뒤, 가까스로 1500원선 아래로 내려와 1476.2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국내 기름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4일 오전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L)당 1820.53원으로 전날보다 32.02원 급등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91일 만이다. 경유 가격 역시 1766.02원으로 하루 새 58.59원 뛰었다.
특히 이번 상승은 최근 국제유가 급등분이 본격 반영되기 전 단계라는 점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소비자들의 선(先)주유 수요가 몰리면서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가격 조정 속도도 평소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81.4달러로 4.71%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74.56달러로 4.67% 올랐다. 국제유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 부담도 상당하다. 원유 수입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국제유가 상승기에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면 국내 수입물가 충격은 배가된다.
통상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1~0.2%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환율 효과가 더해질 경우 체감 물가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았고, 국내 소비자물가는 9개월 연속 5% 이상 상승했다. 2022년 6월 물가상승률 6.0% 가운데 석유류가 1.58%p를 끌어올렸다.
이번에도 유가가 100달러를 상회할 경우 유사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쟁 장기화와 해협 봉쇄가 지속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두바이유가 연평균 100달러 내외까지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p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일 쇼크' 수준으로 확산될 경우 물가 상승폭은 2.9%p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도 브렌트유가 연평균 20% 상승할 경우 한국 소비자물가가 0.6%p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관건은 분쟁의 확산 여부다. 단기 충돌에 그칠 경우 유가 급등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해상 수송 차질이 현실화하면 시장은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 비축유 방출 등을 포함한 시장 안정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분쟁의 지속 여부와 국제유가 수준, 비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밀어 올리는 수입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시 국내 물가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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