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봉쇄' 위협에…비축유 방출·반도체 소모품 대체선 확보

정부, 차관급 대응본부 격상…의존도 54% '수입 납사' 내수전환 검토
헬륨 등 반도체 14개 품목 미국 등서 조달…수출기업 1063곳 긴급 지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필리핀 더 마닐라호텔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3차 중동상황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3 ⓒ 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부가 대응 체계를 차관급 본부로 전격 격상하고 전면 대응 점검에 나섰다.

사태 장기화로 원유 수급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국가 비축유를 즉시 방출하고,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은 '납사(나프타)'와 헬륨 등 반도체 핵심 소모품을 미국 등 대체선으로 긴급 전환해 산업 타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3일 오후 3시 '제3차 실물경제 점검 회의'를 열고, 자원·에너지 수급, 무역·공급망·금융 및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체계를 차관급으로 격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와 외교부·기후부·해수부·금융위 등 관계 부처와 석유공사·가스공사·코트라(중동본부)·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 및 석유·화학·플랜트협회, 주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상무관 등이 참석했다.

김정관 장관은 현재 출장 중인 필리핀 현지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동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것을 감안해,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석유·가스 수급 △무역·물류 및 석유화학·플랜트 등 주요 산업 및 수출중소기업 영향 △비상 대응 준비 상황 등이 점검됐다.

석유·가스 단기 영향 제한적…중동 이외의 대체 수급처 검토

우선 정부는 중동 지역의 운항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에도 면밀히 모니터링해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 봉쇄될 경우, 운항 일정 조정 등 대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석유 수급 측면에서는 충분한 비축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유조선 상황, 보험·운임 등 운송 여건과 중동 외 대체 수급처 확보, 지원방안 등이 점검됐다.

김 장관은 "업계 차원에서도 중동 외 물량 도입 등 추가 물량 확보를 추진하고, 만일 사태 장기화로 민간 원유 재고가 일정 비율 이상 감소하는 등 수급 위기가 가시화되면 산업부는 자체 상황판단 회의를 통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가스 수급은 현재 중동 이외 지역 조달 비율이 약 80% 이상이고 상당량의 비축분이 있어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남아, 호주, 북미 등 대체 공급선 확보 등 비상 대책도 검토할 방침이다.

의존도 54% '납사' 내수 전환…반도체 14개 품목 대체 수입 추진

해상 물류는 일부 선박을 제외하면 주요 컨테이너 화물 선사들이 2023년 홍해 사태 이후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어,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한 중동 7개국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수출기업 1063개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물류 및 대체 시장 발굴을 위한 긴급 수출바우처 편성, 유동성 지원 등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석유·가스 이외에 소부장 품목의 중동 의존도가 낮아 국내 산업 공급망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측정·검사기기, 브롬·헬륨 등 14개 품목이 중동 의존도가 높으나, 반도체 제조용 검사 부품·장비는 미국으로부터 대체 수입이 가능하고, 브롬 등 일부 정밀화학제품도 국내 생산, 재고 활용, 수급 대체 등을 통해 국내 공급망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수입 납사(나프타)는 호르무즈 이용 비중이 54%로, 상황 장기화 시 수급 우려가 있어, 업계와 협의해 국내 생산 납사의 수출 물량을 국내 이용으로 전환하거나 대체 공급망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플랜트의 경우, 현재 중동 내 우리 기업 건설 현장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