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엄마들이 연 출산율 골든타임…"반짝 반등 막을 구조개혁 시급"
합계출산율 0.8명대 회복…'에코붐세대' 부모 진입에 출생아 15년래 최대 증가
"2030년 이후 30대 인구 감소" 통계착시 경고…주거·고용 등 구조적 해법 관건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1990년대 초반 태어난 '에코붐 세대'의 부모 세대 진입과 코로나19 이후 가팔라진 혼인 회복세가 맞물리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했다. 여기에 정부의 출산 지원 정책 확대와 출산·혼인에 대한 긍정적 인식 변화가 더해지며 출생아 수는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초저출생 탈출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동시에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30대 초반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는 2030년 이전에 청년 고용 안정과 부동산 가격 조정 등 구조적 해법을 안착시켜야만 지금의 상승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전년(0.75명)보다 0.05명 상승했다. 2024년 9년 만의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2년 연속 오름세다. 합계출산율이 0.8명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0.81명) 이후 4년 만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지난해 출생아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 6100명(6.8%) 늘었다. 증가 폭은 2010년(2만 5322명) 이후 15년 만에 가장 컸다.
이 같은 출산율 상승은 30대가 이끌었다.
연령별 출산율(1000명 당 출생아 수)을 보면 30대 초반은 73.2명, 30대 후반은 52.0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2.9명, 6.0명 증가했다. 20대 후반(21.3명)과 40대 초반(8.5명)도 각각 0.6명, 0.8명 오르며 상승 흐름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30대 초반 여성 인구 증가와 혼인·출산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여성 출생아 수는 1990년 30만 명대에 진입한 뒤 1991년 33만 3999명으로 더 크게 늘었고, 1996년까지 매년 32만~34만 명대를 유지했다. 이처럼 두터운 인구층을 가진 '에코붐 세대'가 현재 출산 주력층으로 진입하며 반등의 발판이 된 것이다.
2024년 사회조사 결과, 결혼 후 출산에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68.4%로 직전 조사(2022년, 65.3%)보다 3.1%포인트(p) 상승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37.2%로 직전 조사(34.7%)보다 2.5%p 높아졌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증가하고 코로나19 이후 혼인 건수가 3년 연속 늘면서 출산율이 상승했다"며 "당분간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과 출생아가 2년 연속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43명으로, 1명을 밑도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1.62명), 영국(1.53명), 일본(1.20명), 스페인(1.12명) 등과도 격차가 크다.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4년 만에 0.8명대로 올라섰지만 초저출생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0명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특히 출산율 상승이 30대 초반 여성 인구 증가에 기댄 '구조적 기저효과'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인구 추세대로라면, 30대 여성 인구가 감소하는 2030년 이후 다시 출산율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이 집중되고 1990년대 초반 출생 인구가 출산기에 진입하면서 일시적으로 출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이번 상승은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의 출산율 증가는 에코붐 세대가 견인했다"며 "해당 세대가 출산을 마감하는 2030년 이후에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은 "연간 60만 명대 신생아를 기록한 마지막 세대인 1990년대생의 결혼·출산기는 2030년대 초반이면 마감된다"며 "그 이후에는 결혼 적령기 청년 수 자체가 급감하기 때문에 합계출산율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절대적인 출생아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어 "이 세대의 출산기가 끝나기 전인 지금이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 여성 출생아는 1998년 30만 1987명을 기록한 이후 30만 명대가 붕괴됐다. 2001년 26만 5434명, 2002년 23만 4290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05년에는 20만 9346명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30대 초반 여성 인구는 2026년 172만 458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30대 전체 여성 인구 역시 1990년대 초반 출생 인구가 40대로 진입하는 2030년 333만 8567명을 기록한 뒤 감소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반등을 위해서는 청년 고용과 주거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 교수는 "정부가 출산장려금 등 단기 지원을 넘어 고용과 주거를 연계해 결혼의 허들을 낮추고, 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을 수축 사회에 맞게 재편하는 중장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 수준으로는 저출생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며 "부동산 가격 조정과 청년 주거 안정,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연구원은 "현재의 출산율 반등에 안주하지 않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과 함께 사회·문화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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