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도심 요양·화장 공급난 해법 제시…"임대료 부담·병원 화장장 도입"

"땅값 비싼 도심, 현행 수가로 감당 안돼…부동산 비용 이용자가 부담"
"화장 대란 막기 위해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설치도 필요"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2.5 ⓒ 뉴스1 최지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생애 마지막 1~2년 돌봄이 필요한 노인 인구가 2050년 64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도심 내 요양시설 확충을 위해 입소자에게 '임대료' 명목의 비용을 별도로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땅값이 비싼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현재의 정액 수가제로는 요양시설 운영이 불가능해 공급 절벽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아울러 '화장 대란'을 막기 위해 병원 장례식장 내에 소규모 화장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전 1~2년의 중증 돌봄과 임종 준비가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2025년 29만 2000명에서 2050년 63만 9000명으로 약 2.2배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수요가 집중된 서울 등 대도시권의 공급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고서 저자인 장시령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수요가 몰리는 지역일수록 법률적·행정적 제약과 높은 비용 탓에 공급이 부족한 '미스매치'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의 경우 2024년 기준 노인요양시설 잔여 정원(정원 대비 현원 차이)이 생애말기 인구 대비 3.4%에 불과해 사실상 포화 상태다. 반면 전북은 12.4%로 여유가 있다.

한은은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역별 부동산 비용 격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일당 정액 수가제'를 지목했다. 현재 장기요양급여 수가는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땅값이 비싼 서울 강남에서 요양원을 하든 지방에서 하든 똑같은 돈을 받는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토지와 건물 소유에 따른 기회비용(귀속임대료)을 고려할 경우, 서울에서 요양시설(정원 30명 기준)을 운영하면 월 800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반면 경남은 2000만 원 흑자가 난다. 서울 강남의 경우 적자 폭은 월 1400만 원까지 커진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한은은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비용인 '귀속임대료'를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요양 서비스 비용은 지금처럼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되, 도심의 비싼 '자리값'은 수요자가 내게 해 공급 숨통을 트자는 것이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서울의 높은 부동산 비용을 보전해 줘야 도심 내 안정적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며 "늘어나는 이용자 부담은 주택연금과 연계하거나 사전 저축 제도를 통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화장 시설에 대해서는 병원 장례식장 내 소규모 화장시설 도입을 대안으로 내놨다.

국내 화장률은 2000년 33.5%에서 2024년 94.0%로 급등해 장례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님비(NIMBY·기피시설 반대) 현상 탓에 화장장은 전국 62곳 중 61곳이 공설일 정도로 민간 진입이 막혀 있다.

공급 부족 탓에 3일장을 치르고도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4일 이상 장례를 치르는 비율이 늘고 있다. 사망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5년 75.5%로 뚝 떨어졌다.

한은은 기존 병원 인프라를 활용해 소규모 분산형 화장시설을 도입하면 임종과 장례, 화장을 한 공간에서 마칠 수 있어 유족 편의가 높아지고 지역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장 과장은 "향후 25년간 생애말기 인구가 2배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정부는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인프라 확충은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구조 개편을 통해 민간의 자본과 효율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