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이 돌아왔다" 정책 불확실성 종결…글로벌 시장 탈환 '속도'

정책 불확실성 '해소'…추가 원전 건설 가능성도 내비친 기후장관
정부, K-원전 수출 창구 일원화 등 글로벌 시장 '정조준'

정부가 26일 대형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포함한 신규 원전 계획을 지난해 초 윤석열 정부에서 확정했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5~6개월 내 신규 원전 부지를 정한 뒤, 2030년 초 건설 허가를 거쳐 2037~2038년까지 새 원전을 준공한다는 목표다. 사진은 이날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 2, 3, 4호기 모습. 2026.1.2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확정된 대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이어져 온 원전 정책 불확실성 논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결정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전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의 일관된 원전 정책 기조를 해외 시장에 명확히 전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에 따라 원전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종결되면서 K-원전 수출 확대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원전 시장의 호황을 기회로 삼아 K-원전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분산된 원전 수출 창구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형 원전 2기·SMR 1기 계획대로 건설…2037년·2038년 준공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두 차례 정책토론회와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11차 전기본에 담긴 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둘러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일주일여 만이다.

여론조사는 2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진행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신규 원전이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이 69.6%에 달한 반면, '중단돼야 한다'는 응답은 22.5%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추진'이 61.9%, '중단'이 30.8%로 나타났다. 조사기관별 수치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두 조사 모두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의견이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전날 직접 브리핑에 나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1차 전기본에 담긴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을 계획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본에 따라 SMR은 2035년, 신규 대형 원전 2기는 각각 2037년과 2038년께 상업 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수립 중인 12차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추가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장관은 "일부러 닫아두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 수준이 우리나라 에너지 믹스에 적절한지는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추가 원전 건설 여부는 결론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공론화와 의견 수렴을 병행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과 관련해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지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장관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6.1.26/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K-원전 불확실성 '해소'…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AI 등 첨단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 세계가 다시 '원전 르네상스'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 원전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는 'K-원전'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적 동의와 정책 연속성을 확보한 만큼, K-원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다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원전으로의 회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하고 신규 건설과 기존 원전 수명 연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과 동유럽, 동남아시아 국가들 역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을 본격 검토 중이다.

미국 정부는 AI 산업 확산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약 800억 달러(약 117조 원)를 투입해 신규 대형 원전 8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205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현재 97GW에서 400GW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2030년까지 1GW급 이상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고, 건설 비용으로만 750억 달러(약 110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최근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금 가운데 일부를 원전 건설 분야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미국 원전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러시아·프랑스와 함께 설계부터 건설, 운영·관리까지 원전 전 주기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라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중동과 신흥국 시장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가동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튀르키예 등은 대형 원전 도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탄소 감축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전과 SMR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 사이에서는 건설 기간이 짧고 안전성이 강화된 SMR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부. /뉴스1
원전 수출 창구 일원화 검토…K-원전 수출 드라이브

정부는 'K-원전'을 반도체와 같은 국가 대표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원전 수출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원전 수출 체계 개편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당초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1분기 내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편 방향은 △독립적인 3의 전담 기관 신설 △한전 또는 한수원으로 수출 창구 일원화 △기능별 분담을 유지하는 현행 체계 유지 등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력은 지난 8일 열린 산업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현행 이원화 구조 유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전이 마케팅과 금융 조달을 맡고, 한수원이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협업하자는 취지다.

과거 원전 수출은 한전이 전담해 왔지만, 2016년 이후 한전과 한수원이 지역별로 역할을 나눠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처럼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은 한전이 맡고, 체코처럼 설계 변경이 필요한 지역은 한수원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주 경쟁이 과열되며 해외 발주처와의 협상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정부는 수출 창구 일원화를 통해 이런 부작용을 막고, 업무 효율성을 꾀한다는 판단이다.

산업부는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한전과 한수원 간 협의를 거쳐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최성민 원자력학회장(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국내 원전 생태계도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수출 역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