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역성장에 금리도 꽁꽁…시장은 벌써 '14조 벚꽃 추경' 베팅

4분기 GDP 역성장에 금리인하 난망…'재정 등판론' 확산
이혜훈 낙마 변수에도…IB "3~5월 '초과세수 추경' 시간문제"

서울 시내의 전통시장 모습. 2025.12.30/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이른바 '벚꽃 추경(봄 추경)' 편성론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고환율과 가계부채 부담 탓에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묶인 한은 대신 확장재정…국채 금리는 벌써 '들썩'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외 전망치 컨센서스(0.2%)를 크게 밑돈 수치다.

이처럼 경기회복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운신의 폭은 좁아진 상태다. 1400원을 훌쩍 넘는 달러·원 환율이 좀처럼 안정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추경을 편성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문화예술 예산 증액을 언급한 바 있다. 최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적자국채를 활용한 추경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청와대는 추경 편성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채권시장은 추경 가능성을 사실상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달 초 2.95%에서 지난 23일 3.13%까지 20bp(1bp=0.01%p) 가까이 급등했으며, 10년물 역시 3.38%에서 3.59%로 20bp 넘게 뛰었다. 다만 전날(26일)은 각각 3.09%, 3.53%로 4~5bp 반락했다.

21일 서울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게시되어 있다. 2026.1.21/뉴스1 ⓒ News1 최지환 기자
"초과세수 활용하면 14조 가능"…지방선거 앞두고 '돈 풀기' 가속

국내외 투자은행 등은 일제히 '봄 추경'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고환율로 발이 묶여 있는 만큼, 경기부양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재원 대부분은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적자국채가 아닌 초과세수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이르면 3월 10조 원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이번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향후 1년간 경제성장률을 최대 0.15%포인트(p)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추경 편성은 유력하다"며 시점은 5~6월, 규모는 약 14조 원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법인세 등 초과 세수가 확인된 이후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할 것"이라며 "재원의 3분의 2 이상은 초과 세수로 충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올해 초과 세수를 활용한 추경 계획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재정 정책을 총괄할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공백 장기화는 변수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이혜훈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지난 25일 지명을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예산 수장의 공백으로 조기 추경 편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같은 돌발변수가 조기 추경의 흐름을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장관이 공석이라도 추경 편성은 충분히 가능하며, 장관 인사가 봄 이후까지 밀릴 가능성 역시 낮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실제로 통상적인 인사 검증 절차를 고려하더라도 이르면 3월에는 신임 장관 임명이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가 '벚꽃 추경'의 결정적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 직전인 3~5월에 경기 부양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추경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기인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등 대규모 초과 세수 발생이 예상된다"며 "6월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4월 중 조기 추진과 국회 통과가 예상되며, 2분기 말 집행도 가능하다"고 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GDP 역성장을 감안하면,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 후 3~5월 중 20조 원 내외의 추경이 예상된다"며 "추경은 문화예술 지원 확대, 물가 대응에 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며, 민간소비 둔화 조짐이 보일 경우 작년 2차 소비쿠폰과 같이 소비활성화에도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