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2위' 롯데렌탈·SK렌터카 기업결합 불허…"경쟁 제한 우려"

공정위 "1·2위 합치면 경쟁 실종, 가격인상 우려"…사모펀드 제동
"행태적 조치론 한계"…주식 취득 원천 금지 강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렌터카 업계 1·2위인 롯데렌탈, SK렌터카의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현재 SK렌터카를 소유한 사모펀드(PEF)가 롯데렌탈까지 인수할 경우, 압도적 1위 사업자로 굳어져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 리미티드가 롯데렌탈의 주식 63.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한 결과,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해당 결합을 금지한다고 26일 밝혔다.

어피니티는 2024년 8월 SK렌터카를 인수해 소유하고 있다. 이번 결합이 성사되면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가 모두 어피니티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이 국내 렌터카 시장의 가장 큰 경쟁사 간 결합으로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봤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단기 렌터카(1년 미만)와 장기 렌터카(1년 이상) 시장 모두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확인됐다고 했다.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2024년 말 기준 합산 점유율은 내륙 29.3%, 제주 21.3%다. 수치상으로는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공정위는 나머지 경쟁사들이 대부분 영세한 중소사업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1·2위 사업자가 결합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 전국 영업망, 자금 조달 능력 등에서 압도적 격차를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제주 지역은 '렌터카 총량제'로 인해 신규 진입이나 증차가 제한돼 있어 유력한 경쟁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정위 경제 분석 결과, 결합 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설문조사에서도 SK렌터카 요금 인상 시 롯데렌탈로 이동하겠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 양사 간 경쟁이 사라지면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장기 렌터카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38.3%로 최근 5년간 증가 추세다. 캐피탈사들이 경쟁자로 존재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본업(리스) 대비 부수 업무(렌터카) 비율 제한 규제로 인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불가능하다. 또한 캐피탈사들은 차량 정비나 중고차 판매 등 연계 사업 역량이 부족해 롯데·SK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가격 인상 제한 등 행태적 조치만으로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가장 강력한 규제인 '주식 취득 금지' 조치를 내렸다.

통상 경쟁제한 우려가 있어도 자산 매각이나 가격 동결 등 조건부 승인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건은 구조적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단기간 내에 1·2위 사업자에 대항할 유효한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병건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행태적 조치는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사모펀드 특성상 일정 기간 후 매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사모펀드가 동종 업계 1·2위를 연달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키운 뒤 비싸게 매각하는 이른바 '볼트온(Bolt-on)'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이번 불허 결정이 건전한 시장 경쟁을 인위적으로 왜곡할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국장은 "앞으로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면밀히 감시해 독과점 심화와 소비자·중소 경쟁사 피해를 적극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