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망치는 데 1경원, 지키는 데 300조…유엔 "파괴 자금이 30배"

유엔환경계획, 자연을 위한 금융현황 보고서 발표
UNEP "자연기반 해법에 투자 2.5배 늘려야"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화석연료를 반대하는 원주민 시위대가 행사장 진ㅇ직원에게 제지당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전 세계가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 데 쓰는 돈보다 파괴하는 데 쏟아붓는 자금이 30배나 많다는 유엔의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다.

연간 7조 달러(약 1경 697조 원)가 넘는 거대 자본이 자연 파괴를 가속화하면서, 현 체제가 유지될 경우 생태계 붕괴가 글로벌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25일 유엔환경계획(UNEP)의 '자연을 위한 금융 현황 2026'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자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공공·민간 자금은 약 7조 3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공공 부문 보조금이 2조 4000억 달러, 민간 자본이 4조 9000억 달러를 차지했다. 화석연료 보조금이 가장 컸고 농업·물·운송·건설·어업 등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반면 숲 복원이나 습지 보호, 지속 가능한 농업 같은 자연기반해법에 투입된 자금은 220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중 약 90%가 정부 재정이었다.

민간 투자는 234억 달러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자연기반해법 투자가 전년 대비 5% 늘었지만, 증가 속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합의한 기후·생물다양성·토지 황폐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연기반해법 투자를 최소 5710억 달러(837조 원)까지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수준의 2.5배 이상이다. 동시에 자연을 해치는 보조금과 투자 흐름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다른 분야로 전환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것은 공공 보조금과 민간 투자가 서로를 강화하며 자연 파괴를 고착하는 구조다. 값싼 화석연료와 물 사용, 비료·농약 보조금은 기업의 비용을 낮춰 추가 투자를 유도했고, 그 결과 토양 황폐화와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자연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기반해법은 홍수·가뭄 피해를 줄이고 탄소를 흡수하며 장기적으로 경제적 편익을 낸다는 점에서 유지비에 가까운 투자라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복원 사업은 1달러 투자로 7~30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낸 사례도 제시됐다.

UNEP은 정부가 예산과 보조금을 재편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연 관련 위험과 영향을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연을 해치는 자금 흐름을 줄이지 않는 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는 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