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LTV 정보교환' 담합 적발…과징금 총 2720억 부과
하나 869억·국민 697억·신한 638억·우리 515억 원 과징금
공정위 "4대 은행, LTV 유사한 수준 유지…중요한 위법 행위"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정부가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담보인정비율(LTV) 정보 교환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하고 과징금 총 2720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에 총 2720억 1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21일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은 △하나은행(869억 3100만 원) △KB국민은행(697억 4700만 원) △신한은행(638억 100만 원) △우리은행(515억 3500만 원) 등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LTV 담합으로 인한) 관련 매출액은 4개 은행이 총 6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각 은행의 LTV 정보 일체를 서로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다만 이들 은행은 이전부터 LTV 정보 교환을 계속해 왔다. 공정위는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조항이 포함된 개정 공정거래법이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2022년 3월 정보 교환 행위부터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교환된 정보는 전국 모든 부동산의 종류 및 소재지별로 적용되는 최대 7500개에 이르는 LTV 정보 일체다. 가계와 기업 대출 구분 없이 모든 부동산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정보다.
4대 은행 직원들은 정보교환 행위가 위법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장기간에 걸쳐 인수인계를 통해 정보교환을 지속했다.
문 국장은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서 LTV 정보를 문서 형태로 받아온 후 최대 7500개에 이르는 정보를 일일이 엑셀 파일에 입력하고 받아온 문서는 파기하기도 했다"며 "각 은행의 실무자들은 담당자가 교체되더라도 정보교환이 중단 없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별 정보교환 담당자, 정보교환 방법 등을 정리해 전·후임자 사이에 인수인계까지 하며 장기간에 걸쳐서 정보교환 담합행위를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4대 은행은 교환한 정보를 활용해 LTV를 조정했다.
한 은행은 자사의 LTV가 타행 평균보다 5%포인트(p) 이상 차이 나는 경우 조정했고, 수치가 낮은 지역을 LTV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은행은 LTV를 조정하면서 타행 평균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5~10%p 이내)로 조정폭을 제한했다.
일부 은행은 영업경쟁력 확보를 명목으로 LTV 최종 결정 단계에서 타행 정보를 활용해 보정했다.
이번 사건은 개정 공정거래법에 새롭게 규정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문 국장은 "이 사건은 금융 분야에서 장기간 유지됐던 경쟁제한적 행태를 적발해 제재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중요 거래 조건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제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LTV는 부동산 담보물 가치에서 대출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은행은 LTV를 법원 경매낙찰가율을 기초로 산출한다. 또 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경제 상황, 소비자 심리지수 등), 영업 목표 및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이에 따라 LTV는 은행들의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그를 근거로 차주에게 담보대출을 얼마나 공급할지에 대한 영업전략을 포함한다. 은행들 역시 LTV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관리하고 있다.
만약 타행 정보를 모르는 경쟁 상황이라면, 은행들은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LTV를 높은 수준에서 결정할 유인이 크다는 게 공정위 측 판단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 포함되지 않은 은행의 경우 4대 은행에 비해 LTV를 높게 결정했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4대 은행의 LTV 평균은 비담합 은행에 비해 7.5%p 낮게 형성됐다. 공장, 토지 등 기업 대출과 연관성이 큰 비주택 부동산의 LTV 평균은 8.8%p 낮았다.
은행들이 서로의 LTV 정보를 정확히 알게 되면 LTV가 타 은행보다 낮은 경우 이를 유사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영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타 은행보다 높은 경우에는 유사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해 대출금 회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은행 간 LTV 정보교환이 경쟁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문 국장은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 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필요한 자금을 받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4개나 되는 주요 업체들이 모여서 이렇게 하면, 서로의 경쟁 전략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해소해서 경쟁을 회피하는 효과가 있다"며 "정보교환 담합 행위는 이건 유럽이나 미국에서 적용하는 글로벌스탠더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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