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정 안 가요"…산업부 '복귀 공모'에 기후부 지원자 '0명'
에너지정책 무게추 이동…커리어 실리 택한 관가 분위기 반영
실세 장관에 재정권까지 확보…기후부 '대세론' 굳어지나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1948년 상공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온 산업통상(자원)부의 위상이 관료 사회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진행된 사무관급 전입 공모에서 이른바 '친정 복귀'를 희망한 기후에너지환경부 인력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면서다.
이번 인사 결과는 에너지 정책의 무게추가 '산업 진흥'에서 '미래(기후) 대응'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도 풀이된다.
21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달 5~12일 전 부처를 대상으로 사무관급 전입 희망자를 접수했지만, 에너지 기능 이관으로 기후부로 이동한 인력 가운데 산업부 복귀를 희망한 사례는 전무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부 내 지원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에서는 산업부의 조직 축소에도 불구하고 국·과장 승진 가능성 등을 이유로 기후부 소속 에너지 담당자들이 산업부 '친정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전입·전출 결과를 두고 관가 안팎에서는 기후부가 단기적 혼선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커리어 측면에서 더 유망한 부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후부의 출범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부터 관가의 '태풍의 눈'으로 꼽혀왔다. 현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기후 위기 대응'을 단순한 환경 보호 차원이 아닌, 국가 경제의 생존이 걸린 미래 산업 전략으로 규정해 왔다.
기존 산업부 체제하에서는 에너지 정책이 저렴한 전기요금 공급 등 산업계 비용 절감 논리에 묶여,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환경부의 규제 기능과 산업부의 에너지 차관(제2차관) 조직을 분리·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다.
출범 당시만 해도 '규제'(환경)와 '진흥'(에너지)의 이질적 결합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전입 공모 결과는 이 같은 우려보다 '기후·에너지 통합'이라는 정책 비전에 대해 관료들이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에서 대통령의 '동지'이자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기후·에너지 정책을 국정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에너지 의제가 국정 핵심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실무자들 역시 단기적인 조직 불편보다 정책 중심 부처에 남는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기후부가 기획재정부로부터 기후에너지 재정 기능을 이관받아 수조 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과 에너지특별회계를 운용하게 된 점도 이러한 인식에 힘을 싣는다. 정책 설계에 더해 재정 집행 권한까지 확보한 기후부가 명실상부한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면서, 관료 사회에서도 중장기 정책 영향력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부의 한 관계자는 "출범 초기인 만큼 정착 과정의 어려움은 있지만,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국가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여기서 역할을 해보겠다는 판단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에너지 기능 이관 이후 청사 문제와 인사 체계 정비 지연 등 과도기적 혼선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로부터 에너지 기능을 넘겨받은 기후부가 기후·에너지 정책 컨트롤타워로 재편된 가운데, 이번 인사 결과는 관가 내부에서 기후부의 위상과 '대세론'이 실제 선택으로 확인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제도 남아 있다. 세종 관가에서는 기후부가 외형적 통합을 넘어 환경직과 공업·행정직 간 '화학적 결합'을 얼마나 빠르게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여전히 1차관실(수자원·자연보전)과 2차관실(기후에너지·전력산업) 간 인사 교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로 확인된 '탈(脫)산업부' 현상은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관가 인식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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