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리랜서 216명 근로자 지위 인정…노동부 "가짜 프리랜서 근절"

KBS·SBS 85명, 종편 131명 근로자성 인정…정규직과 동일 업무 수행
근로계약 체결·무기계약직 전환 추진…올해 말 이행 여부 확인 감독

고용노동부 전경 2025.11.28 ⓒ 뉴스1 DB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방송 현장에서 '프리랜서'라는 신분으로 노동법의 보호 밖에서 일해온 216명이 마침내 법적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형식상 위탁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는 정규직 PD나 기자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으며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KBS, SBS 등 지상파 2개사와 종편 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 총 216명의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감독은 방송계의 뿌리 깊은 '가짜 프리랜서'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시사·보도본부 인력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상파 KBS 7개 직종 58명, SBS 2개 직종 27명 '근로자성 인정'

노동부에 따르면 KBS는 총 18개 직종 212명 중 7개 직종 58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으며, SBS는 총 14개 직종 175명 중 2개 직종 27명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이번 근로감독은 시사·보도본부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개별 면담과 업무 지휘·감독 체계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근로자 여부가 판단됐다.

근로자로 인정된 직종은 PD, FD, 편집, CG, VJ 등이다. 이들은 형식상 프리랜서 신분이었지만, 메인 PD 등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업무 지휘를 받았으며, 정규직과 함께 상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작가 직종은 지난 2021년 방송사 감독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후, 양 방송사 모두 막내 작가를 별도 직렬인 '방송지원직'으로 채용해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KBS에서는 일부 막내 작가 6명을 여전히 프리랜서로 채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CG 직종은 업무 지휘·감독 체계, 근무시간·장소 고정 여부, 고정급 지급 여부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방송사별 근로자성 판단이 달랐다. 타이틀·자막·포스터 디자인 업무를 수행하며 정규직 PD와 기자의 구체적인 지휘를 받고, 근무시간과 장소가 고정되며 매월 고정급을 받는 KBS 직원은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반면 SBS는 정규직 PD·기자의 요청이 사실상 협의 수준에 그치고, 근무시간·장소 제약이 없으며 보수도 작업 건당 비례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감독 과정에서 KBS는 영상편집 및 뉴스 준비 관련 기간제 노동자 22명에게 총 1억 6700만 원의 복리후생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시정 조치를 받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고용노동부-경제사회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정책간담회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종편 4개 사 프리랜서 276명 중 131명 근로자 전환

노동부는 채널A, TV조선,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 4개 사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이들 방송사에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총 276명 가운데 131명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방송사는 업무 성격과 지휘·감독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31일까지 본사 직접 고용, 자회사 고용, 파견 계약 등 적절한 방식으로 근로계약 체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이 방송사의 인력 운용 방식 전반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 제재보다는 근로계약 체결 이행에 중점을 두고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근로자로 인정된 직종의 경우, 근로계약 체결 시 2년 이상 근무한 인력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근로조건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며 유사·동종 업무로 배치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노동부는 감독 이후에도 방송업계의 불합리한 인력 운용 관행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말 근로계약 전환 이행 여부에 대한 확인 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확인 감독 과정에서 동일한 법 위반 사항이 재차 적발될 경우 즉시 사법처리 등 엄중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방송업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방송사 재허가 요건 반영 방안 등을 협의하는 한편, 방송업 인력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방송업계 사회적 대화의 틀을 구성해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번 감독을 시작으로 방송업계에서 관행처럼 사용되어 온 프리랜서 오·남용과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근절해 방송업계 인력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