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외화지준 부리 의결 배경은…고환율 속 '선제 대응'
국민연금 환헤지 재개 대비…외화지준 예치 유인 필요성 제기
"외환당국 안정화 조치, '산발적 대책' 오인 경계해야"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과 외환건전성부담금 한시 면제를 의결한 배경으로, 고환율 상황 속에서 외화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을 꼽았다.
금통위에서는 외환당국이 시행한 일련의 환율 안정화 조치가 시장에 산발적인 대책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제도와 기관 간 공조체계와 일관된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은이 6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임시)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금통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사전 조치' 성격으로 한시적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와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외화지준 부리)을 의결했다.
관련 부서는 "현재 외화지준에 대해서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나, 향후 국민연금의 외환스왑 재개가 예정돼 있고 대미 투자자금 지출에 따른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자금 활용 방안의 일환으로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이자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사례를 보면, 지준제도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유로존의 경우 자국통화와 마찬가지로 외화예금 지준에도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금리는 미 연준의 지급준비금 이자(IOBR) 수준을 상회하지 않도록 설정해, 과도한 금리로 인한 시장 교란을 방지하도록 했다.
위원 토론 과정에서 A 위원은 외화지준 부리가 외환시장 안정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과거에는 실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2008년 금융위기 시 원화에 대해 한시적으로 지준부리 제도를 도입한 적이 있었으나 외화에 대한 지준부리제도 도입은 최초"라며 "외화지준 부리가 향후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가동될 경우를 대비한 제도적 장치로서 환헤지 물량이 나올 경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외화지준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이유로는 "금융위기 시에는 외화지준 부리가 외환당국의 마지막 정책수단으로 인식되거나 외부에 심각한 상황임을 자인하는 낙인효과 등의 부작용이 우려됐다"는 점이 언급됐다.
하지만 이번 고환율 상황은 과거 위기와 달리 외환시장이 다소 쏠림 현상을 보이는 정도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위원들은 적용 금리의 유연한 조정 방안도 질의했다.
관련 부서는 "매월 지준 적립 실적을 점검해 정책 취지인 해외 운용자금 유입을 넘어 국내 단기 외화자금까지 외화지준으로 유입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등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원들은 이번 외화지준 부리 조치가 과거 위기 국면의 '사후적 구제'와는 달리, 고환율과 대외 불확실성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왜곡을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C 위원은 "과거 금융위기 시 당행이 실시하였던 원화에 대한 지준부리는 금융기관의 수지를 보전해 주기 위해 실시한 사후적 조치인 반면, 금번 외화지준부리는 사전적 조치로서 그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D 위원은 최근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 증권사 간담회 등의 조치에 이어 금번 외화지준 부리 도입까지 일련의 안정화 조치가 산발적인 대책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각 제도와 기관간 공조체계(coordination)가 잘 확립돼야 정책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환율의 원인도 재확인했다. E 위원은 "최근의 고환율 상황은 여러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임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4년 말 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지난해는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고환율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대미투자·해외직접투자·개인의 해외증권투자 수요 확대 등의 원인도 각각 규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외환수급 여건 악화에 따른 최후 수단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외화지준 부리 도입이 '환율 비상사태'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조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방안의 후속 조치 성격으로, 이달부터 6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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