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려도 환율 '발목'…베네수엘라 사태, 韓 물가 영향은 '찔끔'
지정학적 불안에도 유가는 하락 전망 우세…환율은 상승 압력
전문가 "유가 내려도 고환율에 발목…물가 하방 압력 제한적"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 사태가 달러·원 환율과 국제유가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남미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호재가 예상되지만, 불안 심리에 따른 '환율 상승'이라는 악재가 이를 상쇄하면서 실제 한국 경제가 체감하는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모델처럼 조기에 수습될 경우,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일 새벽(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했다. 표면적인 명분은 '마약 테러 근절'이지만, 베네수엘라의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통제해 에너지 안보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사태 발생 이후 지난 4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장중 하락세를 보이다 57.32달러로 보합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58.32달러로 1달러(1.74%) 상승했으나, 이날은 다시 58달러 초반대로 떨어졌다.
금융시장은 이번 사태가 가져올 '역설적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산유국 인근의 군사적 충돌은 유가 폭등을 유발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국제유가의 하락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사태를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2003년 이라크 전쟁과 비교 분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베네수엘라 사태가 마두로 체포 이후 군부가 신속히 투항해 정권이 이양되는 '파나마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미국의 경제 제재 해제와 원유 증산으로 이어져 유가는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이번 작전은 장기적으로 미국 정유사들이 베네수엘라에 직접 투자해 공급 라인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에너지 지배 정책의 승리'로 활용하며 유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1위지만, 미국의 제재와 설비 노후화로 현재 생산량은 일일 100만 배럴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향후 생산 설비가 정상화될 경우 증산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다만 문제는 유가가 떨어져도 그 효과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운 환율 환경이다. 달러·원 환율은 코스피가 4500선을 돌파하는 등 원화자산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나흘 연속 상승하며 다시 1440원을 넘어섰다.
금융시장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인 원화 약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달러 가치가 오르면(환율 상승), 원화로 환산한 원유 수입 단가는 크게 낮아지지 않는다. 결국 유가 하락이라는 호재를 고환율이 갉아먹는 '상쇄 효과'가 발생해 무역수지 개선이나 물가 안정 효과가 반감되는 셈이다.
설령 환율 효과를 배제하고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한국의 물가 구조상 그 영향력은 미국보다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5% 하락할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약 0.1~0.2%포인트(p)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반면 한국은 같은 조건에서 CPI 하락 폭이 0.1%p 이내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의 경직성 때문에 미국에 비해 유가 하락의 물가 영향이 작고, 가격 전가도 비교적 서서히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또한 "베네수엘라 내 에너지 생산설비는 아예 새로 지어야 하는 수준인 만큼, 당장의 원유 생산량 급증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 정세가 유가 하락→물가 하락이라는 경로로 국내 경제에 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라크식 진흙탕 싸움'이 아닌 '파나마식 조기 안정'으로 빠르게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건형 연구원은 "사태가 이라크 모델처럼 장기화해 남미 리스크가 확산할 경우 신흥국 전반의 자금 이탈과 달러화 쏠림 등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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