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비효율' 질타에…정부 '발전 5사 통합' 시나리오 구체화
24년 만에 전력산업 구조개편, 재생에너지 공사 신설 가능성도 검토
전력연맹, 통합 연착륙 위한 연구용역 착수…노조·지자체 설득 과제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새해 전력업계의 최대 화두인 한국전력 산하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통폐합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전 5사 체제의 비효율성을 강하게 질타하며 직접 통합을 주문함에 따라, 24년 만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발전 5사를 하나로 묶는 통합 발전공기업 설립과 재생에너지 전담 공사 신설을 골자로 한 이원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간에서도 노동계가 조직개편의 연착륙 방안을 찾기 위한 자체 연구에 착수하는 등 정책 검토를 넘어 실무 구체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은 최근 발전5사 통폐합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합리적 통합 시나리오 검토에 나섰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공공 발전의 역할과 조직개편 방향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한 뒤 이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다.
전력연맹이 자체 연구에 나선 배경은 발전5사가 전국 각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폐합이 지역 경제와 고용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조직개편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정부의 발전5사 통폐합 의지가 확고한 만큼 조직개편 연착륙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함께 발전5사 통폐합을 공식화했다. 발전사 통폐합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후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전 5사 체제'에 대해 "왜 이렇게 나눠놨는지 의문이다, 공기업 사장 자리만 5명 생긴 꼴이고, 경쟁을 시키니 인건비를 줄이려 해 산업재해가 많이 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는 내년 하반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구조조정 방향을 확정할 것"이라며 발전 5사 통합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발전5사를 통합하면서 별도의 재생에너지공사 신설을 포함한 이원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큰 방향으로는 석탄발전을 축소하면서 재생에너지공사를 따로 만들어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공사 신설을 통해 석탄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다만 "통합하면서 이전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고, 발전공기업별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방안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석탄화력 비중 축소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발전소 입지를 기준으로 한 지역별 통합, 석탄·가스·재생에너지 등 연료별 통합 시나리오도 함께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 병합이나 해체가 아닌, 모든 발전원을 포괄하는 단일 '스케일업형' 통합 발전공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발전사별로 흩어진 재생에너지 설비를 통합하고, 양수발전소와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등 에너지저장설비(ESS)를 함께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이미 이러한 구상을 담은 '한국발전공사법안'까지 발의되며 논의는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정부가 한전이 100% 보유한 발전5사 지분을 매수한 뒤 비주식회사 형태의 통합 발전공사를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발전5사의 순자산가액 약 32조 원을 자본금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지방공사·주민 주도 협동조합과의 협력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통폐합 논의의 최대 관건은 노조와 지자체 설득이다. 발전노동계는 조직 개편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탄화력 폐쇄라는 정책 방향 자체는 이해되지만, 통폐합 과정에서 노조와 지자체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 시 화력발전에 비해 필요한 인력이 줄어드는 만큼, 기존 인력의 재배치 방안이 핵심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역시 지역경제와 고용, 지방세 감소 가능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발전사 인력 축소나 법인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아직 공식적인 논의 단계는 아니지만, 조만간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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