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원화 휴지조각'은 유튜버들 말…내가 떠나도 한은은 금고지기"(종합)

"1480원은 과도"…환율 급등 배경에 '기대 심리' 지목
대미투자 언급…"외환시장 안정 훼손하는 결정에 동의 않을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뉴스1

(서울·세종=뉴스1) 이강 전민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현재 달러·원 환율 수준과 관련해 ""국내에서만 유튜버들이 '원화가 곧 휴지 조각이 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기자실을 방문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1480원 수준의 환율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1400원 초반 정도로 (전망하는) 보고서가 나온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대미(對美) 투자 연 200억 달러 집행과 관련해 "절대 기계적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한은을 떠난 뒤라도 금융통화위원들이 안 해줄 것이다. 한은은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 기대 형성 전반에 대해 강한 경계 메시지도 내놨다.

이 총재는 "내국인 기대가 환율 상승을 크게 드라이브하고 있다"며 "얼마를 적정 환율이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이 DXY(달러인덱스)와 괴리돼서 올라가는 건 기대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 국민연금의 역할론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거시적 영향을 고려한다면 지금보다 헤지를 더 많이 해야 하고, 해외 투자를 줄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자기들이 외채를 발행하게 해주고 그걸 통해서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면 한 20% 헤지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사람들 취업이 안 된다든지, 환율이 올라 수입업체가 어려워진다든지 하는 코스트(비용)를 지금까지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다만, 이 발언 이후 한은 관계자는 "20%는 캐나다의 사례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율을 20%로 권고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데,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서학개미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워낙 옆으로 기었으니까 해외로 나가는 게 좋다고 당연히 생각했던 것이고, 국민연금도 거시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률만 높이려 하면 각자 합리적 방향이겠지만, 큰 틀로 봤을 때 나라 전체에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뉴스1
신년사서도 대미투자 우려 언급…"외환시장 안정 훼손하는 결정에 동의 않을 것"

이 같은 인식은 이날 공개된 신년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총재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 달러가 대미 투자 자금으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며,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 원칙은 분명히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최근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환율에 대해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과 괴리가 크다"고 진단했다.

환율 상승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한미 간 견조한 성장세 차이 및 금리 격차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국내 증시의 만성적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꼽았다.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환헤지 전략이 지나치게 투명하게 노출되면서 환율 절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렸고, 이는 다른 경제주체들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거주자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확대가 거시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될 경우 물가 상승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고환율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미 높아진 생활물가가 서민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물 경제와 관련해서는 'K자형 회복'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K자형 회복이란 경기 침체 후 회복 과정에서 수출 등 특정 부문은 성장하고 내수 등 다른 부문은 부진해져 양극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 총재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올해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이라며 "이러한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신중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성장의 상하방 리스크와 물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혼재된 상황"이라며 물가, 내수 회복 속도, 부채 증가 추이 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통화정책을 정교하게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