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韓정보통신망법에 "심각한 우려"…통상마찰 비화 우려(종합)

대변인 명의 입장문 "美기업 부정적 영향…표현의 자유 훼손" 비판
국무차관도 "자의적 검열" 우려…美, 유럽 디지털서비스법에도 규제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류정민 특파원 양은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국회를 통과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한미 간 외교·통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1일(현지시간) 이번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뉴스1' 질의에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보내 "미국은 한국 정부가 네트워크법(Network Act·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승인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법안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면 안된다"며 "미국은 검열에 반대하고, 모두에게 자유롭고 개방된 디지털 환경 조성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에 전념하고 있다"모 말했다.

앞서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도 전날(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명예를 훼손하는 딥페이크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범위가 훨씬 더 넓게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저스 차관은 "딥페이크가 우려 대상인 것은 당연하지만 규제당국에 자체 관점에 기반한 검열 권한을 주기보다는 피해자에게 민사적 구제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해당 법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적용될 수 있고 허위조작정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확산하는 불법·허위 정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고의로 허위 또는 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가해자에 대해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법안 개정을 주도하면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EU가 제정한 DSA는 혐오 발언과 허위정보·조작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콘텐츠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법이다. 위반 시 기업의 연간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국은 EU의 DSA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미국 기술 기업에 과도한 비용을 지우는 규제라며 비판해 왔는데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이번 개정안에도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EU가 이달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소셜미디어 기업 X(엑스)의 광고 정책 등을 문제 삼아 1억 2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DSA 입법에 관여한 전직 EU 집행위원 등 5명의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이번 법안도 구글·메타·엑스 등 미국 거대 기술기업들을 겨냥한 조치로 간주하고 있다.

국무부 차관에 이어 국무부 대변인의 공식 입장을 통해 우려가 표면화하면서 한미 통상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로저스 차관이 언급한 '기술 협력 위협'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통상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미무역대표부(USTR)은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한국의 여러 디지털 규제안을 잠재적 무역 장벽으로 거론하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와 관련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