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의통화 지표에서 '수익증권' 빠진다…한은, IMF 기준 반영
IMF 기준 반영 통계 개편…新 M2 증가율 8.7%→5.2%
"통화지표 관심 커진 점 감안, 舊 M2 1년간 병행 공표"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통화량 증가와 고환율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온 '수익증권'을 광의통화(M2)에서 제외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을 반영한 통계 개편이다.
한국은행은 30일 IMF의 통화금융통계 매뉴얼 개정에 따라 수익증권을 M2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통화·유동성 통계 개편 결과'를 공표했다.
개편된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올해 10월 기준 신(新) M2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5.2%로, 기존 기준(8.7%)보다 3.5%포인트(p) 낮아졌다.
IMF는 2017년 통화통계 경제주체 분류와 광의통화 포괄 범위에 대한 기준을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했다. 한은은 2019년 7월 개편 방안을 마련한 뒤 2023년 9월 신 조사표를 배포했고, 올해 5월 전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확보해 하반기 중 본격 개편 작업을 거쳐 이날 결과를 공개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통화 금융 통계는 조사표 설계 과정 등에서 조사 대상 금융기관들과의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고 신 조사표 배포 이후에도 개별 조사 대상 기관 모두 시스템을 개발하고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조사표를 확정하여 배포하는 데까지 4년 이상 소요됐다"고 개편 시점 지연 이유를 밝혔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 비교적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포괄하는 지표로, 단순한 시중 현금뿐 아니라 소비·투자·자산 거래로 이동할 수 있는 잠재적 유동성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동안 M2 급증의 핵심 요인으로는 증권사 발행 수익증권이 지목돼 왔다.
한은은 IMF 기준에 맞춰 통화통계의 경제주체 분류를 국민계정체계와 일치시키고, 그동안 한데 묶여 있던 기타금융기관을 비MMF(Non-MMF), 보험, 연금기금 등 6개 업권으로 세분화했다. 이는 유로지역에 이어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이 수익증권을 M2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 결과 신 M2 총액은 올해 10월 기준 4056조 8000억 원으로, 과거 기준 M2(4466조 3000억 원)보다 409조 5000억 원(9.2%) 감소했다. 이는 수익증권 497조 1000억 원이 빠진 영향이 컸다.
다만 수익증권이 M2에서 제외되면서 Non-MMF는 통화 발행주체가 아닌 보유주체로 재분류됐다. 기존 통계에서는 펀드가 발행한 수익증권을 통화성 자산으로 간주해 M2에 포함하면서 펀드 운용사나 투자신탁회사 등도 통화 발행주체로 분류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매뉴얼 개정으로 수익증권을 통화가 아닌 투자상품으로 명확히 구분했다. 이에 따라 펀드가 실제로 보유한 요구불예금이나 저축성예금 등 통화성 자산만 새 기준 M2에 포함됐다.
증권업 구조 변화도 반영됐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의 성장성을 감안해 만기 1년 이내이며 중도상환 시 원금이 보장되는 발행어음과 발행어음형 CMA가 M2 구성 상품에 추가됐다.
개편을 통해 통계의 정밀도도 높였다. 그동안 M2는 은행이 예금을 얼마나 공급했는지를 기준으로 산출됐지만, 이번 개편에서는 은행과 신탁·수탁 계정의 자산 정보를 함께 활용해 가계·기업·금융기관이 실제로 보유한 금융상품 규모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지표 흐름도 달라졌다. 수익증권이 제외되면서 전년 동월 대비 36.8%에 달했던 수익증권 급증 효과가 사라졌고,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증가율도 기존 기준(3.2%)보다 낮은 1.3%로 나타났다. 정기예적금이 M2에 기여하는 정도도 0.8%p 감소했다.
한은은 "신 M2 증가율은 코로나19 기간 중 장기 평균을 웃돌았지만, 2023년 1월 이후에는 장기 평균을 하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DP 중 M2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지난해 1분기 이후 장기평균을 밑돌고 있다.
한은은 이번 개편을 통해 "광의통화를 보다 개념에 부합하게 편제해 금리 중심 통화정책 체계에서 정보 변수로 활용되는 통화통계의 유용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 역시 광의통화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고 있어 국제 비교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통화지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을 감안해, 한은은 향후 1년간 신 M2와 구 M2 총액을 병행 공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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