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도 외국기업 투자는 23.1%↓…韓기업 해외 투자액은 84억달러↑
FDI 건수는 회복됐지만…금액은 60억~70억 달러 '정체'
환율보다 규제·노동·성장 전망 등 韓 펀더멘털 영향 부각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에게는 국내 투자 비용이 낮아졌지만, 오히려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 금액은 지난해 3분기 고점을 찍은 뒤 감소·정체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ODI)는 확대되며, 1년 새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80억 달러를 웃돌았다. 환율 여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는 신중해진 반면 기업 자본은 해외로 향하면서, 외환 수급과 환율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펀더멘털 격차가 다시 부각되는 셈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FDI 신고금액은 약 75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약 98억 4700만 달러)보다 22억 7700만 달러(23.1%) 감소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살펴봐도 올해 투자금액 약 206억 7100만 달러로 지난해(약 251억 8200만 달러) 대비 17.9% 줄었다.
올해 FDI 신고건수는 △1분기 863건 △2분기 950건 △3분기 970건으로 지난해 평균(907건)과 비교해 늘었다. 건수는 늘었지만, 투자 규모는 줄어든 셈이다.
FDI는 외국 기업이나 개인이 국내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투자로, 한국 경제에 대한 중장기 투자 매력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FDI는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높을수록 외국인 입장에서는 적은 달러로 더 많은 원화 자산과 설비를 확보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이 낮아진다.
FDI 투자액이 증가할 경우 국내로 달러 자금이 유입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효과가 있다. 규모가 확대될수록 외환 수급 측면에서는 원화 유출 압력이 완화되고, 환율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FDI 금액이 줄어든 까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경제 펀더멘털을 중장기 투자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DI는 투자 회수 기간이 길고 경영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아, 단기 환율 수준보다 제도·규제 환경과 중장기 성장 전망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평가된다.
FDI 유입 둔화는 외환 수급 측면에서 원화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지난 3분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분기에 반도체 덕분에 (투자 건수가) 튀어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미국 경제 성장률이 우리보다 빠른 상황에서 내년에도 달러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영향에 따른 착시 현상일 수 있어 이를 추세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3분기 ODI 신고금액은 282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98억 7000만 달러) 대비 84억 2000만 달러(42.4%) 늘었다. 같은 기간 신고건수는 3219건으로 전년 동기(3186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FDI가 건수 회복에도 불구하고 금액 기준으로 정체된 흐름을 보인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ODI는 국내 기업이 해외 법인을 설립하거나 외국 기업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는 형태의 투자로, 한국 기업의 글로벌 생산·시장 전략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 차원에서는 시장 접근, 공급망 확보,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ODI 증가 배경으로 환율 고공행진의 주된 요인인 펀더멘털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 부담과 규제 환경 등으로 국내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는 것보다 해외로 나가는 이유의 핵심은 펀더멘털 차이"라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상속세 부담, 노란봉투법 등 여러 이유로 아예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원 환율의 장기 균형 수준 역시 이런 펀더멘털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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