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해외주식 팔고 '동학개미 컴백' 땐 양도세 면제한다(종합)
정부, 국내증시 복귀계좌 '환율 안정' 세제지원 방안 발표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 환헤지 시 양도소득세 공제 포함
- 임용우 기자,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심서현 기자 = 연이은 대책에도 달러·원 환율이 1480원대에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시장 복귀를 위한 세금 감면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개인투자자가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면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세제지원,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도입·환헤지 시 양도소득세 공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 상향 등이 담긴 '국내 투자·외환 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 배경에 대해 "최근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투자수익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환위험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외환스와프 연장, 외환 건전성 제도 완화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달러·원 환율이 이틀 연속 1480원을 넘어서자 서학개미의 국내 투자로 유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한 서학개미의 지난 1~11월 개인 해외 주식 투자액은 309억 달러(약 45조 7900억 원)로 국내 주식 투자액(11조 6000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보유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1611억 달러(약 238조 7500억 원)에 달했다.
기재부는 국내시장 복귀계좌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진한다. 개인투자자가 지난 23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을 매각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최대 5000만 원의 매도금액을 한도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되, 복귀 시기에 따라 세액감면 혜택을 차등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년 1분기에 국내 시장에 복귀할 경우 100%, 2분기에는 80%, 하반기에는 50%의 세액감면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코스피 연간수익률은 71.6%, 코스닥은 35.6%를 기록하며 S&P500(17.2%), 나스닥(21.6%), 유로스톡스50(33.8%), 닛케이(27.6%), 상하이종합(21.9%) 등 주요국 주식시장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해외투자 규모가 급증한 영향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전체 내국인의 해외투자에서 개인 비중이 2020년 이전에는 10% 미만이었는데 현재는 30%를 웃돌고 있다"며 "개인 해외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지원해 외환시장 안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기업 등의 해외자산 환류를 촉진해 국내 고용·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환전한 상태에서 국내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할 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해외 주식을 매도한 대금으로 매입한 국내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경우 일단 감면 후 추징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활용 가능한 환위험 관리 수단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주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날까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할 경우 매입액의 5%를 최대 500만 원까지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여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유한 해외주식을 직접 매도하지 않고도 미래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따른 환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등 외화공급이 즉시 늘어나면서 안정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 관리관은 "증권사가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현물시장에 달러를 매도해야 한다"며 "증권사들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을 위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상향한다.
정부는 국내 투자 확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입법을 추진한다. 해외 자산의 국내 환류를 독려하기 위해 RIA와 환헤지 세제지원은 내년 1월부터 출시되는 상품부터 적용한다. 익금불산입률 역시 내년 배당분부터 즉시 상향할 계획이다.
최 관리관은 "세제 지원으로 개인투자자 해외주식 보유 잔액 중 상당 부분이 국내 투자 등으로 전환되거나 환헤지가 이뤄지면 외화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가 조율하고 조정해 온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것이다. 원화가 앞으로도 절하될 것이라는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음을 시장참여자들이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우리나라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연간 200억 달러의 대(對)미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정부는 감당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매년 200억 달러가 미국으로 향한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면서 원화 약세를 이끈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와 관련 최 관리관은 "시장에서는 매년 200억 달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업 선정이 끝나지 않았다"며 "사업 선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 부지 매입 인허가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에는 굉장히 적은 자금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 무분별한 원화 절하를 경계한다는 문구가 담긴 만큼 미 재무부와 소통을 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여건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최 관리관은 "신용평가사들에 이 같은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앞으로도 시장과 명확하게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날 최근 원화의 과도한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외환시장에 구두개입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1.3원 오른 1484.9원으로 출발했으나, 구두개입 직후인 오전 9시 5분쯤 1465.5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한때 1458.6원까지 떨어졌으나 오전 10시 45분 기준 1463.8원까지 다시 상승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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