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통합계좌, 효과 있을까 …"방향 옳지만 외화 수급 효과 제한적"

"해외 개미 유도는 '글쎄'…규제 허들 줄이는데 의미 둬야"
"국내 주식시장 매력도 높이는 게 우선…거시 건전성 회복 필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원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외환 당국이 외화 수급 안정을 위해 국내 주식 거래 문턱을 낮추는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 활성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체로 제도 도입의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가 약화한 상황에서 실제 외국인 자금 유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개인 투자자가 유입되더라도 일부 종목에 쏠림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단기적 결과 기대 어렵지만…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24일 관계부처와 학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전문가는 최근 정부의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 대책의 방향성이 다양한 경제 주체의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봤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 18일 1480원 선을 넘나드는 달러·원 환율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별도의 국내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자국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 규제로 묶여 있던 대기성 자금의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개방성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을 정책"이라며 "당장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떠나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을 만한 투자자들이 직접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지금은 어찌 됐든 환율을 내리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시기"라며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온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 통합계좌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해외 투자의 증가는 제한적으로 봤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우량 기업들이 일부 존재해, 규모가 크지는 않겠지만 투자 유입이 이뤄질 수도 있다"며 "단기적인 외환 수급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도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수출을 제외하고는 좋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해외 개미들이 우리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하기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싱가포르와 홍콩 등은 외인 투자가 많은데, 규제가 단순하고 외인 자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 여건이 잘 조성돼 있다"며 "우리도 세제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해외 투자, 고환율 해결 못 해…"펀더멘털 회복 우선"

이 이코노미스트는 "외인 투자를 늘려 외환 수급을 늘려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10월에는 68억 달러, 11월에는 55억 달러의 해외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나가는 만큼 해외에서 들어와야 수급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수출로 흑자를 내면 달러가 유입되고, 그와 비슷한 규모로 국내에서 해외로 직간접투자가 빠져나갔는데 현재는 그 균형이 깨진 상태"라며 "개인의 해외 주식 매수와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가 맞물려 환율이 상승한 부분이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를 촉진해 환율의 상승 쏠림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이 좋아져야 한다"며 "정부는 지금 뭐라도 해야 하는 입장에 있지만 유효타가 있는 카드는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거시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허 교수는 "해외 투자를 늘릴 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경제 기초체력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환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도 "시장 장벽 완화는 중장기적인 수급 개선 대책은 될 수 없다"며 "우리 경제 펀더멘탈과 거시 건전성 회복이 외환 수급 개선에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