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슈링크플레이션으로 물가 올리고 탈세까지…국세청 31개업체 세무조사

탈루액 1조 원 추산…"강도 높은 세무조사"
국세청 "범칙 행위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 고발"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국세청에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2차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2025.12.23/뉴스1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국세청이 가격을 담합한 독·과점 기업,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이는 행위) 프랜차이즈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긴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다.

국세청은 시장 교란 행위 탈세자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가공식품 제조·판매 업체 등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 5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1차 세무조사에 이은 두 번째 세무조사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기면서도 정당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7개)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4개)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9개) △외환 부당유출로 환율 불안을 유발하는 기업(11개) 등 총 31개 업체다.

국세청은 이들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이 약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안 국장은 "외환 관련 기업의 탈루액이 약 6000억~7000억 원 된다"며 "할당관세와 프랜차이즈 기업의 탈루액이 각각 1000억 원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국세청은 가격담합,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을 한 독과점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

조사 대상 중에는 사다리 타기, 제비뽑기 등을 통해 낙찰 순번을 정해 담합한 업체도 있다. 해당 기업은 들러리 업체에 입찰 포기의 반대급부로, 공사 계약금액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담합사례금으로 지급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하는 한편 회사의 비용으로도 처리했다.

과거 수년간의 가격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또 다른 업체는 수도권에 소재한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다. 해당 기업은 사주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나눠줬다.

국세청은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원재료를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선다.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은 사주의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과정 중간에 끼워 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하는 등 부당하게 이익을 분배했다.

특히 특수관계법인에 할당관세 적용품목 수입과 관련된 선적·물류·통관 등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면서, 관련 수입대행용역을 과세가 아닌 면세로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체는 할당된 물량을 초과해 재화를 수입할 경우 부과되는 고율의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명의를 빌려 재화를 수입했다. 이후 해당 재화를 직접 가져가면서도 마치 협력업체로부터 재화를 매입한 것처럼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안 국장은 "관세를 덜 물고 수입을 하면 소비자 가격을 낮게 책정해야 하는데, 중간에 사주 일가의 특수관계법인을 끼워 넣어서 그쪽에 매출을 줬다"며 "그 부분들에 대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치킨, 빵 등 외식 분야에서 용량을 줄인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도 진행한다.

조사 대상 업체는 원재료·부재료 판매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함에도 계열법인을 거래단계 중간에 끼워 넣어 시가 대비 고가로 매입했다. 또 사주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가맹점을 인수하면서, 권리금을 과다하게 지급해 이익을 나눴다.

또 다른 업체는 대표이사가 점주로 있는 가맹점의 가맹비와 인테리어 등 창업 관련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했다. 법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골프장 이용, 명품구입 등 호화생활을 누리면서도,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소득을 줄이기도 했다.

이외에 국세청은 외환 부당유출 기업에 대한 조사도 나선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법인자금을 사용해 자녀를 해외에 유학 보내거나 가족 전체가 이주했다. 이들은 회삿돈으로 고액 부동산이나 고급 콘도, 호화요트 등을 취득했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100% 자회사인 해외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차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차입금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법인의 외화자금을 업무와 무관한 고가의 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또 다른 조사대상자는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국내에서 다수의 법인을 운영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다.

대상 업체 중에서는 수출대금 등 사업 활동에 대한 대가를 외국인 지위를 이용해 개설한 대외계정을 통해 수취하고, 개인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회사도 있다.

또 과소신고한 소득이 노출되지 않도록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수십억 원의 자금을 대여한 후 법인 명의로 부산 소재 펜트하우스를 취득해 사주 일가 전체가 거주했다. 특히 내부 인테리어, 가구·가전 구입비용도 법인의 경비로 처리하는 등 법인을 사주 일가의 사적인 소비 통로로 이용했다.

안 국장은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시장 교란 행위 탈세자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특히 조세범처벌법상 범칙 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해 위법 행위에 상응하는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