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대미투자, 외환 감소 땐 신용등급 영향"…재정건전성도 '경고'
"한미 관세협상·무역 전망은 긍정적…확장재정·공공부채 증가는 우려"
"관세 충격 흡수력·중국 경기 둔화가 내년 APAC 경제 좌우"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내년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AI) 분야 설비투자 증가와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집행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가능성과 확장 재정이 신용도 리스크로 지적됐다.
12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2026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국가 전망'에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대규모 투자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급감이 발생할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에 대한 별도 언급이 없었던 것은 양국 간 외환보유액 규모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07억 달러로, 일본(1조 3474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피치는 관세협상 전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돼 일본·유럽연합(EU) 제품과 동일 수준을 회복한 점,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무역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건전성 악화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피치는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확장적 재정을 운용하고 있는 국가들과 함께 한국을 언급하며, 이러한 조치가 "재정 건전화 가능성을 저해하고 공공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은 코로나19 이후 높은 부채 수준과 제한된 재정 여력으로 건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의미 있는 재정건전화가 이뤄지지 않거나 확장 재정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는 APAC 국가의 약 절반에서 재정적자 축소 또는 재정흑자 전환 등 재정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역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중간값은 지난해 46.8%에서 올해 49.1%, 내년 50.1%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 회계연도 일반정부 부채 및 공공부문 부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D2)는 1270조 8000억 원으로 GDP 대비 49.7%였다.
한편 피치는 내년 APAC 지역 경제 전망을 '중립'으로 제시하며, 관세 충격 흡수력과 중국 경기 둔화가 내년 지역 경제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 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지역 경제 하방 요인으로는 △잔존하는 미국발 관세 및 통상정책 불확실성 △공공지출 부담 확대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 △미·중 관계와 남중국해 정세 △일부 국가의 정치적 불안 지속에 따른 지출 증가·통화 약세·거버넌스 변화 등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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