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28조 슈퍼예산 시동…투자 강화·국가채무 증가 '우려 속 기대'
AI 지원 10조·R&D 35.5조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 투자
내년 국가채무 GDP 대비 50% 돌파…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내년 정부 예산의 방향이 확장 재정을 통한 '성장 밑거름'으로 잡혔다. 역대 최대 규모의 728조 원의 예산을 통해 올해 0%대, 내년에는 1%대 수준의 성장 흐름을 끊고, 잠재성장률 반등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에서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재정 투입을 선택하면서, 인공지능(AI)·연구개발(R&D) 등 핵심 분야에 예산이 집중된다.
다만 세입 여건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년 국가채무는 1413조 원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넘어서면서 환율 상승, 국가신용도 하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727조 9000억 원 규모의 '2026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 본예산은 기존 정부안 대비 1000억 원 순감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책펀드, AI 지원 등 총 4조 3000억 원이 감액된 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민생지원, 재해예방·국민안전 소요,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4조 2000억 원이 증액됐다.
내년 예산안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R&D 분야에 집중 투자될 예정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공동구 구축 지원에 500억 원,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사업 활성화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자립 기반 조성에 975억 원이 각각 증액됐다.
R&D 예산은 역대 최대인 35조 5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정부안보다 2000억 원(0.2%) 증가한 것으로, 올해보다 19.9% 증가한 규모다.
내년 예산안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AI 예산은 소폭 삭감됐다. 당초 정부안은 10조 1000억 원 규모였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2064억 원이 줄었다.
다만 전액 삭감된 사업은 없고 총액 기준 감액이어서 인재 양성, 인프라 구축 등 정부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평가다.
또 내년 예산은 지역거점 인공지능 전환(AX) 지원을 위해 지역특화산업의 생산성 고도화에 756억 원을 증액했다. 전북 AI 메타팩토리 구축·협업지능 피지컬 AI 등에 367억 원, 경남 초정밀 제어 특화 물리지능행동모델(LAM) 등에 267억 원이 각각 증액됐다.
이처럼 정부가 확장재정을 선택한 배경에는 최근 경기 흐름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 직후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 1분기 GDP는 0.2% 역성장을 기록했다.
민간소비와 수출 모두 부진했고,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해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자동차가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률 하락이 예상됐다. 2분기 0.7%, 3분기 1.2%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한국 경제는 0.9~1.0%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 하락세도 확장재정의 근거로 작용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3%대를 유지하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하락세를 거듭해 1%대 후반까지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생·고령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2025~2030년 1.5%이던 잠재성장률이 2040년에는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이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예산안 제안설명에서 "확장재정을 통해 경제성장과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며 "단순한 확장 재정이 아닌 성과 중심의 전략적 재정 운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성장률을 1.8%로 잡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반드시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되겠다"며 "내년이 잠재성장률 반등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AI, 반도체, 방산, 바이오 등 신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성장률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른 재정건전성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7조 8000억 원으로 GDP 대비 –3.9%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재정준칙 기준 –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서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7년 115조 원(–4.1%) △2028년 128조 원(–4.4%) △2029년 124조 원(–4.1%)으로 임기 내내 GDP 대비 –4%대 적자가 이어진다.
세입 증가 속도는 지출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전망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390조 2000억 원으로 올해 2차 추경 대비 4.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안을 충당하기 위해 110조 원 규모 적자 국채의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국가채무는 1413조 8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140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9년에는 국가채무가 17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9.1%(2차 추경 기준)에서 내년 51.6%로 처음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2029년에는 58.0%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기축통화국의 재정 '마지노선'으로 평가되는 'GDP 대비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 상승이 환율 상승과 경기 악화는 물론 국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 같은 재정 운용 기조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비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어서면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부채는 GDP 대비 130%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