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스테이블 코인, 환율 영향 의견분분…"직간접 연동 vs 기여도 불분명"
스테이블 코인 발행 증가, 달러 수요 확대 우려
"달러 스테이블 코인·외환시장 연동돼 있지만…영향력은 '글쎄'"
-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최근 급등하는 달러·원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스테이블 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이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범위와 관련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한 '국제금융정책자문위원회'(국금위)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언급됐다.
이날 회의는 1400원대의 고환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 외환·금융시장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스테이블 코인 등 국경 간 디지털 자산 거래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불법·우회거래(loophole)를 막기 위해, '외국환거래법'상 모니터링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 화폐와 연동해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변동성이 극심한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안정성을 지향하며, 코인의 가치를 '1달러=1코인' 같은 일종의 고정환율처럼 묶어두는 구조를 갖는다.
다만 설계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코인 발행사의 신뢰도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요동쳐 실제 화폐처럼 사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스테이블 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스테이블 코인 신규 발행으로 인한 달러 수요 증가다. 지난 7월 미국에서 통과된 '지니어스법'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는 발행액과 1대 1 비율로 달러나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 신규 발행은 자연스럽게 달러 수요를 늘려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2025 트럼프 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 변화와 영향' 발표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발행량이 240만 개 이상 늘어날 경우 달러·원 환율이 약 10% 오를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과 실제 달러 간에 환율 괴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외환시장에서는 1달러가 1472원일 때, 거래소에서는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 코인이 1500원에 거래되고, 또 다른 코인은 1600원에 거래되는 식으로 코인마다 환율이 달라 다중 환율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지난 10월 대표적인 달러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는 달러당 1500원 이상에서 거래되기도 했으며, 같은 시점 외환시장의 달러·원 환율은 1420원대에 머물렀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이 환율 상승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린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을 환율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진단하는 것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 추가 발행으로 발행사의 미국 국채 수요가 몰려 달러 가치가 상승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공급도 많이 늘어나 꼭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보관용 또는 투기용으로 구입하는 것에 대한 염려는 있다"며 "달러와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수요가 동시에 올라가면 우리나라 원화가 또 약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금융거래 전문가인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외환시장과 스테이블 코인 시장은 직간접적으로 연동돼 있다"며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은 외환시장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환시장에서 1달러의 가치가 1300원일 때 1USDT의 가격이 1500원이라면, 1USDT를 팔아서 한국 외환시장에서 1달러를 사는 게 유리하다"며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은 결과적으로 환율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시장은 메커니즘 상 연결돼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일반적인 외환시장과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규모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무리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하더라도 스테이블 코인을 환율 변동에 큰 요인으로 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에는 해외송금 한도 또는 증빙 제출 등의 규제가 없어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그에 대한 기대로 수요가 더 증가할 수도 있다"며 "이는 원화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또 "달러 스테이블 코인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당히 있다"며 "달러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달러 강세를 불러오고,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달러 스테이블 코인 수요 증가로 이어져 양방향에서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스테이블 코인은 자본 자유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며 "우리나라처럼 대내외적 리스크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서는 경제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고 진단했다.
seohyun.sh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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