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멀어지는 '1인당 GDP 4만불'…올해 韓 '달러 GDP' 0.9% 역성장

달러 GDP 1조 8586억달러 추산, 지난해보다 168억 달러↓
2023년 1조 8448억달러와 비교해도 2년간 0.7% 늘어 '제자리걸음'

미국 워싱턴의 국제통화기금(IMF) 본사 벽에 로고가 새겨져 있다. 2018.09.0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한국의 올해 달러 환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IMF는 최근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국제 비교 지표인 올해 달러 기준 명목 GDP를 1조 8586억 달러로 추산했다. 지난해 1조 8754억 달러보다 168억 달러(0.9%)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23년 1조 8448억달러와 비교해도 2년간 138억달러(0.7%)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으로 나타났다.

IMF는 올해 원화 기준 명목 GDP는 지난해 2557조 원에서 올해 2611조 원으로 2.1% 증가할 것으로 봤다. 실제 경제성장률 전망치(0.9%)에 물가 요인을 반영한 결과다.

IMF가 평균 환율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환율 상승 폭이 GDP 증가분을 앞서면서 달러 기준 GDP 규모는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11월 주간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달러당 1418원으로 지난해(1364원)보다 54원(4.0%) 높아졌다. 최근 환율이 1500원 수준을 위협하는 흐름까지 나타나 12월 수치까지 반영될 경우 연평균 환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IMF는 내년 한국의 명목 GDP가 1조 9366억달러, 2027년 2조 170억달러, 2028년 2조 997억달러, 2029년 2조 1848억 달러로 매년 4.1%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재 원화 약세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러한 전망도 낙관적 시나리오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흐름에 따라서 'GDP 2조 달러' 돌파는 물론, 이르면 내후년으로 예상되던 1인당 GDP 4만 달러 달성도 늦어질 수 있다. 고환율이 거시경제 전반뿐 아니라 국제 비교 지표에서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원화 가치는 이미 정책 대응 범위를 벗어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박스권'에 진입한 가운데, 과도한 시중 유동성, 한·미 기준금리차 등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고, 엔화 약세 등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주식 개인 투자자인 소위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수출업체들의 달러 환전 유보도 환율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IMF는 "환율 변동성이 중대한 경제적 위험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일시적으로 외환시장 유동성이 얕아지고 환율 움직임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2·3 비상계엄, 올해 4월 대통령 탄핵안 인용 당시를 언급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