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中 수출국 다변화 가속에 "우리 중화학공업 어려움 처해"
대중 의존도 높아진 국가 증가…AI 결합 시 中 제조업 지배력 강화
미 관세정책 이후 EU·아세안·아프리카로 수출 확대
- 이강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미국 관세정책 여파에도 중국이 수출국을 빠르게 다변화하며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이 흐름이 우리 중화학공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의 수출국 확장은 미·중 갈등 이후 이어져 왔으며, 올해 들어 미 관세정책 시행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중국경제팀 소속 이준호 과장, 이상헌·유건후 조사역과 미국유럽경제팀 소속 정희완 과장, 이승민 조사역은 이 같은 내용의 'BOX: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28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국경제는 미국 관세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중국은 대미 수출 급감을 미국 외 지역 수출 확대로 완충하며 높은 증가세를 유지해,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 관세조치 이후 올해 2~3분기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6% 감소했지만, EU·아세안·아프리카 등 여타국 수출은 12%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는 2018년 1차 미·중 무역갈등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해, 올해 미 관세정책 시행으로 더욱 확대됐다.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도 2018년 19.3%에서 2024년 14.7%, 2025년 1~3분기 11.4%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보고서는 이를 "수출주도형 국가가 성장 과정에서 취하는 전형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EV·태양광·배터리 등 품목의 EU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중국 내부에서 신산업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해당 품목의 저가 수출이 확산한 결과다.
미 관세부과 이후 중국의 대아세안 수출도 급증했다. 중국과 아세안의 긴밀한 공급망 연계를 활용해 중국이 대미 수출 감소분 일부를 아세안 경로로 우회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집중도가 높아지자 아세안이 보완·대체 생산기지로 부상했으며, 이 과정에서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는 2010~2014년 연평균 24억달러에서 2020~2024년 101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교역 역시 3098억 달러에서 7435억 달러로 확대됐다.
아프리카·중남미로의 수출 확대도 두드러졌다. 올해 1~3분기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7.9%, 대중남미(멕시코 제외) 수출은 11.5% 늘어 총수출 증가율(6.1%)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대아프리카 수출은 라이베리아로의 선박 인도 급증, 북아프리카(알제리·이집트·모로코 등)로의 승용차 수출 확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한 전략적 활용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미 관세정책이 완화되더라도 미·중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로 미국 외 국가들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제조 경쟁력과 AI 등 첨단기술까지 결합할 경우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지배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독일·일본 등 제조업 중심 국가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미국 관세정책, 유럽 CBAM 시행 등 변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우리 중화학공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수요 감소로 대중 수출이 줄었고 세계시장에서는 중국의 저가공세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철강·건설기계의 경우 한국은 미국·유럽·캐나다·멕시코에 수출이 집중됐지만, 중국은 아세안·중남미·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대상이 더 다변화돼 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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