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20억 들여 국제기구 취업 지원했는데…지분율 대비 한국인 비중 '저조'
한국인 비중 WB 1.67%·ADB 5.03% 등…중미·아프리카에는 2~3명 취업
매년 출자에도 MDB 프로젝트 점유율은 0.3%…2년전보다 2.4%p↓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최근 5년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 취업 지원에 22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33명의 취업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취업 실적에도 국제금융기구에서의 한국인 재직자 비중은 한국의 지분율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업 지원이 주거비·임금 보전 등 현금성 지원에 그치고 특정 국제금융기구로의 취업을 유도하지 못하면서 워싱턴·유럽 등 선호 지역에 위치한 국제기구로 취업이 집중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30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제금융기구 한국인 진출 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74억 6100만 원을 투입해 WB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초급전문가(JPO)·인턴 파견을 지원했고, 그 결과 5년간 총 33명이 국제금융기구에 취업했다.
국제기구 취업 지원 예산은 2020년 22억 6100만 원에서 2021년 32억 9200만 원, 2022년 34억 6100만 원, 2023년 45억 2500만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5억 6500만 원이 편성됐으나 실제 집행액은 39억 2200만 원이었고, 올해 예산은 49억 6600만 원이다. 내년에는 57억 9600만 원이 편성돼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제기구 취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국제기구 내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대규모 개발·인프라 사업 정보를 확보하거나 금융·환율·정책 관련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나 보고서 내용이 왜곡되는 것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제금융기구 내 한국인 취업자 비중은 정부의 지분율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금융기구별 재직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WB 한국인 직원은 163명, IMF는 59명, 아시아개발은행(ADB)은 79명, EBRD는 35명으로, 직원 비중은 각각 0.87%, 1.5%, 1.93%, 1.06%에 불과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22명(3.41%), 미주개발은행(IDB)은 7명(0.12%),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3명(0.14%), 중앙아메리카경제통합은행(CABEI)은 2명(0.4%)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국제기구 지분율은 WB 1.67%, ADB 5.03%, AIIB 3.83%, EBRD 1.01%였다. 대부분 기구에서 한국인 취업자 비중이 지분율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특히 AIIB는 직원 수가 2020년 16명에서 지난해 22명으로 늘었지만 직원 비중은 5.09%에서 3.41%로 하락했다. ADB와 EBRD도 2020년보다 직원 비중이 약 0.2%포인트(p) 감소했다.
더욱이 정부는 매년 AfDB에 289만 8750SDR을 증자하고 있다. SDR이란 IMF 회원국 간의 결제나 외환보유액의 일부로 사용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화 단위로 지난 26일 기준 SDR·원 환율은 2020원이다.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약 58억 원 수준으로, 정부는 매년 AfDB에 50억 원가량을 출자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정부는 CABEI에도 매년 562만 5000달러 규모의 출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취업자 증가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각 국제금융기구의 한국인 취업자 비중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면서 우리나라의 다자개발은행(MDB) 프로젝트 점유율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WB·ADB·AIIB 등 6개 국제금융기구의 MDB 조달시장 규모는 394억 8200만 달러였으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조달 실적은 1억 1700만 달러로 점유율 0.3%에 그쳤다. 2022년 2.7%(12억 4470만 달러)보다 2.4%포인트(p), 2023년 0.72%(3억 950만 달러)보다 0.42%p 떨어졌다.
박성훈 의원은 "주요 국제기구에서 한국의 지분율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기여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제 예산 투입에만 의존하는 단순 지원 사업에서 벗어나 국제기구 고위직 진출 전략, 전문 인재 육성,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재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기구 취업은 기구에서 요구하는 경력이 긴 편이고, 기구별 위치나 물가, 생활 여건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 특정 기구로의 취업자가 단기간에 늘기 어렵다"며 "AIIB는 최근 채용 규모가 증가했음에도 한국인 직원 채용은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WB, ADB, AIIB에서 한국인이 부총재급으로 임명되는 등 고위직 진출에 성과가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는 이번달 17일 인재풀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금융기구 인재정보시스템을 개시하는 등 앞으로도 국제기구 취업자 증가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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