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성장률 1.8%로 상향…반도체 호조·관세 불확실성 완화 반영(종합2보)
올해 1.0%·내년 1.8% 전망…소비자물가 2년 연속 2.1% 예상
"내수 회복 등 영향…AI 투자 식으면 내년 성장률 1.7%로 둔화 위험"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한국은행이 내년 우리 경제가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와 통상 환경 불확실성 완화 등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한 것이다. 한은은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붐의 지속 여부를 성장세를 견인할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11월 경제전망'에서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1.6%) 대비 0.2%포인트(p) 상향 조정한 1.8%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기존 0.9%에서 1.0%로 0.1%p 소폭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한 것은 미국발 관세 장벽 우려에도 불구하고,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경기 호조가 우리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 모두 15%로 확정되면서 평균 관세율은 지난 8월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경기의 경우 AI 투자 호조로 고성능과 범용 반도체 모두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11월 초 미·중 간 관세 인하 합의 등으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는 올해 2.6% 증가한 뒤, 내년에도 IT 부문 투자가 확대되며 2.0%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경제 심리 호전과 재정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1.3%, 내년 1.7% 성장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건설투자는 올해 8.7% 급감한 뒤 내년에는 2.6% 증가로 전환될 전망이나,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2.1%로 제시됐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치(올해 2.0%, 내년 1.9%)보다 각각 0.1%p, 0.2%p 상향 조정된 수치다.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물가 하방 요인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환율 상승세와 내수 회복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환율 등 영향을 어느 정도 반영해 물가 전망을 0.1%p 정도 상향했다"고 설명했다.
가국 물가동향팀장은 환율과 물가의 연동성에 대해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03%p 정도 상승하는 걸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고환율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환율이 얼마나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상황인지 또 내수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물가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300억 달러로, 올해(1150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안정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백재민 국제무역팀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며 "수입에서는 유가도 내년에는 올해보다 낮아지고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교역조건이 좋아질 전망"이라고 답했다.
고용 시장은 다소 둔화할 전망이다.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5만 명으로, 올해(18만 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한은은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증가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민간 부문 고용은 서비스업 업황 개선 등으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향후 우리 경제의 최대 변수로 'AI 반도체 경기'를 꼽으며 대안 시나리오 분석을 함께 제시했다.
최근 시장에서 AI 성장세 지속에 대한 기대감과 과잉 투자 우려가 공존하는 만큼, 반도체 경기 향방에 따라 성장률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기본 전망은 내년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이 7%대 중반으로 둔화한다는 전제 아래 성장률 1.8%를 산출했다.
AI 확산에 따른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고,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보류되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반도체 수출이 올해와 유사한 10%대 중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0.2%p 높은 2.0%, 2027년 성장률은 0.3%p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요 압력으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AI 투자가 과열된 '거품'으로 드러나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내년 하반기부터 둔화하고, 내후년에는 정체(0%)에 가까워지는 상황을 가정한 '비관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이 경우 내년 성장률은 기본 전망보다 0.1%p 낮은 1.7%, 2027년에는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세준 국제종합팀장은 "현재 미국 경제 성장은 AI 투자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 측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 과한 관세율을 책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전망에서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 시점을 기존 예상치(내년 1분기)보다 늦춘 내년 3분기부터 15% 부과하는 것으로 가정해 전망에 반영했다.
한은은 "향후 성장 경로에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반도체 경기 등과 관련한 상·하방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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