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최전선'에 선 국민연금…'50조원 환헤지 카드' 시장 주목
해외투자 규모 771.2조원…환헤지 여력 50조원 이상 확보 전망
국민연금 "수익성·안정성이 최우선"…전문가 "단기 안정 그칠수도"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가능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한국은행, 국민연금 등과 4자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환율 안정에 주요 수급 주체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실상 국민연금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환율 방어의 최전선에 서는 모양새지만, 동시에 기금 운용 원칙인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환헤지 규모는 약 77조 원으로, 그중 50조 원 이상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이 투입될 경우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나친 개입은 장기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6일 관계부처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는 지난 8월 기준 771조 2000억 원으로 전체 자산(1322조 원)의 58.3%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해외주식 486조 4000억 원, 해외채권 96조 원, 해외대체투자 188조 8000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외화자산의 5% 범위 내에서 전술적 환헤지를 자체 판단으로 실행할 수 있다. 지난 8월 기준 약 38조 원 규모의 달러 매도 결정을 내부적으로 내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사용 규모는 제한적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술적 환헤지 규모는 16조 5000억 원 수준에 그쳤으며, 이를 감안하면 20조 원 이상의 추가 환헤지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국민연금은 환율이 장기 평균 대비 일정 수준을 벗어나거나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10% 범위에서 전략적 환헤지를 실시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50조 원 이상 규모의 환헤지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로 시장에 달러 매도 물량을 투입하며 달러·원 환율을 1487.6원에서 1350원대까지 낮춘 경험은 정부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민연금 해외투자와 외환시장의 연계 상황을 점검했다.
협의체에서는 전술적·전략적 환헤지 운용 방식, 외환스와프 활용 가능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한은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여부도 검토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운용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며 "수익률을 훼손할 수준의 환헤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2030년까지 매년 약 0.5%포인트(p)씩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는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해외투자 규모는 5년 전(2020년 303조 8000억 원)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무리한 개입은 장기 수익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다시 적정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의 적정 수준은 경상수지 기준 1250원 수준이지만, 고용 등 경제 여건으로 인해 1400원대 후반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정부 개입은 외환보유액만 소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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