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늘어도 면세점은 '역주행'…고환율·여행 트렌드 변화 '이중고'

3분기 면세점 매출 3조원, 전년 대비 15%↓ 팬데믹 초기 수준
단체 관광객 감소·백화점 가격 역전으로 업황 부진 심화

지난 9월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5.9.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국내 소비가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면세점 업계는 고환율과 여행 트렌드 변화의 여파로 역대급 침체를 겪고 있다. 3분기 면세점 판매액은 팬데믹 초기 수준으로 떨어져, 업황 부진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면세 매출 3조원…전년 대비 15%↓·팬데믹 이후 최저

2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면세점 소매판매액은 3조 68억 원으로, 전분기(3조 3228억 원) 대비 3160억 원(9.5%), 전년 동기(3조 5576억 원) 대비 5508억 원(15.5%) 감소했다. 이는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실적이다.

면세점 판매액은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3%(1028억 원) 증가 이후 내리막이 이어졌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보다도 실적이 낮은 상황이다. 2020년 1~9월 누적 판매액은 11조 5122억 원이었고, 올해 같은 기간은 10조 9545억 원으로 5577억 원(4.8%) 줄었다.

이는 전체 소매판매가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완전히 대비된다.

올해 3분기 전체 소매판매액은 164조 408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1.6%(2조 5645억 원), 전년 대비 3.2%(5조 997억 원) 증가했다. 분기별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1.2% 감소한 것을 마지막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5.10.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환율·여행 패턴 변화가 업황 '직격탄'…면세업계 구조적 불황

면세업계 부진의 배경으로는 고환율 장기화가 우선 꼽힌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되면서 실시간 환율이 반영되는 면세품 가격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품목에서는 백화점이 면세점보다 더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면세점 수요 감소는 여행 업황 회복과 엇박자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882만 6000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면세점 이용 비중이 높은 단체 관광객보다 개별여행객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면세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쇼핑 활동에 참여한 외국인 비중은 2019년 92.5%에서 팬데믹을 거치며 급감했고, 올해도 79%대에 머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방한 외국인의 개별여행 비중은 80% 수준으로 고착되는 흐름이다.

정부는 면세점 업계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와 소통에 나섰다. 지난 9월에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이 인천공항 면세점을 방문해 주요 운영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환율로 담배 등 일부 품목의 시중가와 면세점 가격 차이가 줄어 면세점 쇼핑 동기가 약해졌고,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 대신 국내 유명 화장품·의류 매장을 찾는 점도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 이후 추가 논의나 구체적 지원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나, 면세점 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당시 건의된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