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관세 '대만 수준 보장'…최종 변수는 미·대만 협상
美, 관세 팩트시트에서 '韓반도체,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투톱 '韓-대만', EU·日은 경쟁 자체 무의미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사실상 보장받았다.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미국은 공동 팩트시트에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의 향후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제공한다"고 명시해, 주요 경쟁국 대비 차별 대우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를 미국이 대만에 적용할 관세 수준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대만이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만큼, 아직 협상을 마치지 못한 미·대만 관세 담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대만에 일본과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인 3500억~5500억 달러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완료하지 못한 대만은 현재 2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대만의 관세 협상 결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반도체 관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은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미국의 우호적인 처우를 약속받았다. 다만 한국에 대한 최종 관세율은 대만 협상 결과와 연동되는 구조다.
한미 양국이 공동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미국은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향후 합의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한다'고 규정했다.
사실상 미국이 대만에 부과할 반도체 관세와 같은 조건을 한국에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대만은 파운드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국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4일 한미 공동 조인트 팩트시트 관련 브리핑에서 "반도체 232조 관세는 추후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와의 합의가 있다면 한국에 이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주요 경쟁국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국과 대만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이 또 다른 경쟁국인 일본·EU보다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U와 일본은 각각 미국으로부터 '최대 15%'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이에 반해 한국에는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란 단서 조항을 달았다. 우리 정부는 이를 EU, 일본과 같은 '최혜국 대우'로 평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하지만 이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한국과 대만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일본과 EU는 실질적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일본과 유럽은 선단공정(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최신 미세화 공정)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유럽은 차량용·산업용 레거시 공정(상대적으로 오래된 공정)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며 "데이터센터, 모바일용 선단공정을 주로 하는 한국, 대만과는 애초에 경쟁 구조가 될 수 없으니 관세로 인한 영향을 논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실제로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경 연구위원은 "모든 자본과 물자가 AI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나 인쇄회로 기판에 붙어 나가는 파생상품 등에 대해 자동차(15%)나 철강(50%)처럼 고율 관세를 매긴다면, 미국 내부적으로도 카펙스(CAPEX, 자본적 지출)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관세 엄포는)결국은 한국과 대만 사이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더 끌어올리려는 측면이 상당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하며 글로벌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이후 줄곧 100%를 웃도는 고율의 반도체 관세를 예고해 왔다.
이를 위해 4월 중순부터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산 반도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다음 달 의견수렴 절차도 마무리했다. 아직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고율 관세 가능성을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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