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2세 회사 키워 '벌떼입찰'…우미건설·계열사에 과징금 484억

2016년 공공택지 입찰 요건 강화…실적없는 계열사에 공사 몰아줘
총수 2세 회사 급성장… 5년 만에 117억원 매각차익

[자료]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2024.11.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공공택지 '벌떼입찰'의 입찰 자격을 충족하기 위해 총수 2세 회사를 비롯한 계열사에 공사실적을 몰아준 우미건설 등에 과징금 약 484억 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우미건설 등 11개 회사에 과징금 총 483억 7900만 원을 부과하고 우미건설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17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우미개발(132억 1000만 원) △우미건설(92억 4000만 원) △심우종합건설(65억 4200만 원) △우미글로벌(47억 8000만 원) △명상건설(39억 5100만 원) △전승건설(33억 7000만 원) △우미에스테이트(25억 1400만 원) △명선종합건설(24억 2400만 원) △우미산업개발(15억 6600만 원) △명일건설(7억 900만 원) △청진건설(7300만 원) 등이다.

우미그룹은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시공·시행을 하는 기업집단이다. 주력 회사는 우미건설이며, 아파트 브랜드 '우미 린(Lynn)'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한 우미 소속 회사는 △우미건설 △우미개발 △우미글로벌 △우미산업개발 △명선종합건설 △청진건설(현 우미리얼티) △전승건설 △명일건설 △심우종합건설 등 9개 사다.

지원을 받은 계열사는 △우미에스테이트 △명가산업개발(현 우미개발) △심우종합건설 △명상건설 △다안건설(현 우미글로벌) 등 5개 사다.

우미그룹은 2010년대부터 공공택지 입찰에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낙찰 확률을 높였다. 이른바 벌떼입찰이다.

이후 벌떼입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실제 사업 능력 없는 업체가 공공택지에 당첨되는 사례들이 발생했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6년 8월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요건을 강화해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를 갖춘 업체만 1순위로 입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했다.

우미그룹 계열사들은 2017년부터 자신들이 시행하는 12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주택건설 실적이 없거나 부족한 계열사를 비주관 시공사로 선정해 총 4997억 원에 달하는 공사 물량을 제공했다. 이들의 입찰 자격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주관 시공사는 자금 조달 시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실제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시공 능력과 신용등급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우미건설과 우미개발이 전담했다.

지원받은 계열사들은 대부분 매출이나 주택공사 경험이 전혀 없던 업체다. 명상건설 등 일부 계열사는 최소한의 법적 요건인 건축공사 면허조차 없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우미건설 등은 지원 객체들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유상증자, 기술자 전보 등 방식으로 건축공사업 면허 요건을 채워줬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공사에 필요한 현장 인력을 전보하고, 시공사가 수행해야 할 계약서 작성, 하도급 업체 선정, 공정관리 등 업무를 그룹에서 대신 수행하기도 했다.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실제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아니라 그룹본부에서 시공사를 모두 결정했다"며 "개별 업체의 공사 역량이나 사업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실적에 필요한 계열사 중에서 관련 세금을 가장 적게 낸 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집단 '우미' 지분도(2020년 12월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025.11.17/뉴스1

그 결과 지원 대상 계열사들은 총 4997억 원의 공사매출, 431억 원의 공사이익을 확보했다. 그전까지 매출 및 공사 경험이 거의 없던 지원객체들은 지원 행위 이후 모두 연 매출 500억원 이상의 건설사로 성장했다.

지원 대상 5개 사는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자격을 확보한 뒤, 총 275건의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해 2020년 2개 공공택지를 낙찰받았다.

이 2개 공공택지 사업을 통해 우미에스테이트, 심우종합건설은 매출 4386억 원, 매출총이익 828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우미 그룹 전체로는 매출 7268억 원, 매출총이익 1290억 원을 추가했다.

최 국장은 "지원 객체 중 우미에스테이트의 경우 2017년 6월 총수 2세 2명(이승훈, 이승현)이 자본금 10억 원으로 설립한 회사"라며 "설립 4개월 만에 지원 행위에 동원돼 합리적 사유 없이 총 880억 원 상당의 공사 물량을 제공받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자격을 바탕으로 2020년 추가 택지를 낙찰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 2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우미에스테이트의 지분을 우미개발에 127억 원에 매각해 5년 만에 117억 원의 매각 차익을 얻었다"며 "우미 계열사들의 이러한 행위는 지원 객체들에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