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성장률 0.9%·내년 1.8% 전망…반도체 호황에 0.1%p·0.2%p 상향

올해 건설투자 9.1% 역성장…반도체 호조세에 전체 설비투자는 2.5%↑
수출 증가세 점진 축소…"내년 잠재성장률 1.5~1.8% 예상"

평택항.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분기 소비와 수출이 개선되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호황 등의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0.8%)보다 0.1%포인트(p) 전망치를 상향했다. 내년 성장률은 1.8%로 0.2%p 올려 잡았다.

KDI는 내수 회복과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완만히 개선되고 있다며, 생산성 제고 중심의 구조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KDI는 11일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0.9%, 내년 1.8%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전망보다 각각 0.1%p, 0.2%p 오른 수치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 생각했던 것보다 반도체 경기가 훨씬 좋았다"며 "내년에도 반도체 경기가 더 좋을 것으로 보이고,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확장적으로 편성된 점이 성장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민간소비가 성장을 이끌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대출규제 강화로 건설 부문은 위축된 모습이다.

이번 전망에서 KDI는 소비·수출·설비투자는 개선된 반면, 건설투자는 악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3%로 직전 전망과 같았다. 내년 민간소비는 1.6% 증가로 예상됐다. KDI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정부 지원정책으로 소비 증가세가 확대됐다"며 "정부소비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기존 전망(1.8%)보다 0.7%p 높은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은 부진하지만, 반도체 관련 투자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 News1 김도우 기자

반면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제 착공으로 원활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8.1%)보다 0.9%p 낮은 -9.1%로 악화됐다.

정 연구부장은 "올해 9.1% 감소하고 내년에는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소분을 만회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건설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미국의 관세 인상 등 통상 여건 악화에도 반도체 호조세가 이어지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올해 총수출(물량) 증가율은 4.1%로 2%p 상향 조정됐다. 대미 수출이 줄었지만, 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며 증가세가 유지됐다.

내년 총수출 증가율은 선제적 수출 효과가 축소되고 미 관세 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1.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미국 정부가 관세율을 처음 발표했을 때보다 실제 적용되는 관세율이 낮고, 선제적 수출 효과와 반도체 호조세 등으로 인해 수출 위축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며 "하지만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 무역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나는 시기가 미뤄졌을 뿐,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수출 증가세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990억 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1159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으로 내년에도 1040억 달러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와 민간소비 전망 상향을 반영해 기존 2.0%에서 2.1%로 0.1%p 높였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을 반영해 2.1% 상승을 예상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내수 회복에 따라 올해(1.9%)보다 0.3%p 높은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연구부장은 "지금처럼 높은 환율이 조금 더 지속된다면 물가에 상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수출 기업에는 유리하지만,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2025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2025.11.11/뉴스1

취업자 수는 정부 일자리 사업 등의 영향으로 기존 전망(15만 명)보다 2만 명 많은 17만 명 증가로 상향됐다. 내년에는 내수 회복으로 고용 여건이 완만히 개선되겠지만, 인구구조 변화로 증가 폭이 15만 명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올해와 같은 2.8%로 예상됐다.

KDI는 "내년 세계경제는 높은 통상 불확실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교역 위축으로 3.1%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출은 둔화하겠으나 내수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수출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김 전망총괄은 "한·미 무역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수출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적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주요 품목인 자동차의 관세 인하 적용 시기가 지연되거나,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에 품목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잠재성장률과 관련해 정 연구부장은 "잠재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1.5~1.8%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책 방향과 관련해 KDI는 경기 안정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잠재성장률이 생산성 둔화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한계기업의 퇴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