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 경기 부진 벗어나고 있다"…올 성장률 1.0%·내년 1.9%로 상향

"韓경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확장재정 운용으로 하반기 선방"
"美 관세, 中 성장 정체로 수출은 둔화 우려…경제 회복 하방 요인"

6일 평택항 모습. 2025.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0%, 내년은 1.9%로 각각 지난 6월 전망치(0.9%, 1.8%)보다 0.1%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주택 경기 회복 등이 경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 둔화와 중국 경기 부진 등은 여전히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한 비정기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정부의 경기부양책, 주택 경기의 바닥 통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힘입어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내년 성장률 전망에는 올 하반기 기존 전망보다 선전한 경기 흐름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피치가 이번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0.8%)이나 국제통화기금(IMF·0.9%)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1.0%)와 동일하다.

내년 전망치는 OECD가 제시한 2.2%보다는 낮지만, IMF(1.8%)와 아시아개발은행(ADB·1.6%), KDI(1.6%) 전망보다는 높다.

피치는 "대선 이후 편성된 2차 추가경정예산이 올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번 전망에는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이 경제 성장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출 성장세 둔화, 중국 수요 부진 등은 경기회복의 제약 요인"

다만 피치는 한국 경제 성장에 여전히 하방 리스크가 많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무역정책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 중국의 성장세 정체, 부동산 투자 위축 등을 주요 하방요인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분기별 성장률이 0.2~0.4% 수준에 머물며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고, 수출이 GDP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도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재정·통화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단기적으로) 경제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는 특히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수출이 한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6.6%로, GDP 상위 20개국 중 네덜란드(73.4%)와 스위스(47.4%)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독일(35.7%)과 멕시코(33.4%)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7.1%)·중국(19.6%)·일본(17.4%)의 수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두드러진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우리 경제에 대해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됐지만,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피치의 전망은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한미 관세협상 평가와도 궤를 같이한다. 피치는 당시 "협상 타결이 수출국들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향후 몇 년간 관련 국가들의 GDP에 소폭의 성장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미국 관세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의 '이중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치는 또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돼 일본·EU산 제품과 동일한 수준이 됐으나, 한·일 자동차 업체들은 여전히 관세 관련 부담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질과 이로 인한 외환보유액 변동 리스크 등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역 리스크 완화를 위한 완화적 재정정책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지연시키고 공공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