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판도 변화…여성 취업자 급증, 남성은 정체

최근 5년간 여성 취업자 11.4% 증가, 남성은 3.6% 증가 그쳐
전문가 "업종별 고용여건, 산업구조 변화에 고용 양상 엇갈려"

서울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2025.7.23/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최근 5년간 여성 취업자 수가 남성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남녀 간 취업자 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비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증가해 성별 간 경제활동 참여 양상은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는 남녀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취업자 수는 2896만 7000명으로, 2020년 2708만 5000명에서 5년 새 188만 2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 취업자는 1161만 5000명에서 1294만 4000명으로 132만 9000명(11.44%) 증가한 반면, 남성은 1547만 명에서 1602만 3000명으로 55만 3000명(3.57%)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남녀 취업자 수 격차는 2020년 385만 4000명에서 올해 307만 9000명으로 77만 5000명(20.1%)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남녀 반대 흐름…여성 감소, 남성 증가

비경제활동인구는 남녀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2020년 1686만 4000명에서 올해 1622만 명으로 감소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성별 양상이 달랐다.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2020년 609만 4000명에서 2021년 608만 5000명, 2022년 584만 7000명으로 감소했으나, 이후 다시 증가해 2023년 597만 2000명, 지난해 613만 6000명, 올해 621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1077만 명에서 1000만 5000명으로 매년 꾸준히 감소했다.

이로 인해 남녀 비경제활동인구 격차도 2020년 467만 6000명에서 올해 379만 명으로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도 남성은 전년동월대비 7만 9000명 늘었으나 여성은 6000명 줄었다.

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수원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5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58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만 3000명 증가하며 석 달째 10만 명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다만 내수침체 여파로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과 건설업은 역대급 고용 부진을 이어갔고, 청년층 고용 한파도 지속됐다. 2025.4.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전문가들 "남녀 고용격차 감소, 업종별 고용 여건 차이 영향"

전문가들은 최근 여성 고용 증가가 남녀 간 선호 일자리의 업황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남성이 주로 선호하는 건설·제조업은 고용 한파가 장기화되고 있는 반면, 여성이 주로 일하는 보건·사회·복지 분야 돌봄서비스업은 인구구조 변화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향후 1년 이내 취업 희망자 중 남성은 건설업(15.5%),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11.3%), 광·제조업(10.9%) 순으로 취업을 희망했지만, 여성은 보건·사회·복지(25.0%), 도소매·숙박음식업(17.4%), 교육 서비스업(11.7%) 순으로 일자리를 원했다.

이중 남성이 선호하는 건설업은 올해 1분기 생산이 20% 넘게 급감하고 건설수주도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제조업 역시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취업자 수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30만 4000명·10.1%), 교육서비스업(5만 6000명·2.9%), 숙박·음식점업 (2만 6000명·1.1%), 도소매업(2만 8000명·0.7%) 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건설업(-8만 4000명), 제조업(-6만 1000명) 등에서는 각각 17개월, 15개월 감소세가 이어졌다.

장주성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최근 취업자 수 증가는 여성이 주도하고 있다"며 "남성고용률과 여성고용률은 지속적으로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과장은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았던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20·30대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 지연, 경력단절 여성은 정부의 다양한 경력이음 정책 등에 따라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소위 M자 곡선이 점차 평평해지고 있다"며 "최근 보건·복지, 교육서비스업 등에서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고, 제조업, 건설업은 남성 비중이 70~80% 수준이라 여성 경제활동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자리의 질적 측면에서는 남녀 격차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중 '양질의 일자리'를 얻은 여성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희 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여성고용률 증가는 선진국형 경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고용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고용이 고령층 중심으로 나타나고, 결혼·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변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소득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조건에 처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용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어, 총량 지표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어 기대 임금 수준을 낮게 잡고, 고용 안정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비교적 취업의 장벽이 낮아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