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소비 중심 완만한 경기 개선…미 관세 여파로 수출 둔화"

관세인상 여파로 수출 증가세 둔화…건설투자 부진 지속
"미중 무역 긴장 완화로 통상여건 개선…불확실성은 상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서밋 2025’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제품 라인업을 살펴보고 있다. 2025.11.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반도체 호조세 속에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며 경기 개선 흐름을 이끌고 있지만, 건설투자 부진과 미국 관세 인상의 여파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11월 경제동향'에서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경기는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 관세 인상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또 "한미 무역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 등 통상 여건이 일부 개선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9월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 개선 및 추석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증가로 6.7% 증가해 전월(-0.4%)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업 생산(6.2%)은 도소매, 금융⋅보험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늘었다.

광공업생산(11.6%)은 반도체 호조와 조업일수 증가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조업일수의 영향이 배제된 계절조정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는 지난달 급증했던 자동차가 조정되며 증가폭이 전월 2.9%에서 1.6%로 축소됐다.

시장금리 하락세와 정부 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소비는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소매판매액(2.2%)은 승용차(22.1%) 등 내구재가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늦은 추석으로 영업 일수가 늘어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3분기 기준으로는 소비쿠폰 지급으로 전기대비 1.5% 증가하며 소매판매 부진이 완화됐다고 KDI는 평가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109.8)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9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8% 상승했다. 운송장비 호조세가 상승을 견인했다. 운송장비(40.1%)는 자동차(35.5%)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선박, 항공기 등 기타운송장비(40.5%)도 반등하며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기계류(3.7%)는 조업일수 증가로 완만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반도체제조용장비(2.0%)는 기저효과로 증가폭이 지난달(10%)에 비해 축소됐으나,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28.0%)로는 크게 증가했다. 다만, 운송장비와 반도체를 제외한 설비투자는 미약한 흐름을 보였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10월 반도체제조용장비는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3% 증가했다. 반도체 제외한 부문 수입액은 8.7% 감소했다.

건설투자 부진은 소폭 개선됐다. 9월 건설기성액은 4.3% 감소해, 전월(-17.4%)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비주거용 건축(1.8%)이 반도체 생산 공장의 마무리 공사 등으로 개선됐고, 주거용 건축(-4.8%)도 전월(-16.7%) 대비 감소폭이 낮아졌다. 토목부문(-6.5%)도 조업일수 확대 등에 기인해 감소폭이 줄었다.

10월 수출은 '반도체 효과'로 3.6% 증가했으나, 여타 품목(-11.6%)의 부진으로 전월(12.6%)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품목별로는 9~10월 일평균 기준으로 반도체(18.0%)의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동성이 높은 선박(64.4%)이 크게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대미국 수출(-12.9%)이 반도체(21.8%)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자동차(-23.2%)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6.8%)도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11.6%)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고용 여건은 조업일수 증가에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늘었지만 건설⋅제조업 부진으로 개선되지 못했다. 9월 취업자 수는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31만 2000명이 증가해 전월(16만 6000명)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제조업은 전월(-6.1만 명)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고, 건설업도 8만 4000명 감소하며 부진이 계속됐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변동성이 큰 상품과 추석 명절 이동의 영향으로 2.4%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행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세는 2.1%로 전월과 유사한 상승세를 보이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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