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알리·테무의 역습…韓, 대중 온라인 무역적자 1.2조 '역대 최대'

3분기 中 직구 1.4조, 전체의 66% 차지…韓 역직구는 6년새 79% 급감
전문가 "中 플랫폼, 기발함·가격 우위…韓 이커머스 전략 재정비 필요"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로 구입한 TV가 쌓여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중국발 초저가 직구가 급증하면서 한국의 온라인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3분기 1조 1637억 원으로, 2개 분기 연속 1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의 대중 역직구는 6년 새 80% 가까이 줄며 '온라인 수출 부진'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일 발표한 '2025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발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직구)는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어난 1조 4141억 원으로, 전체 해외직구(2조 1224억 원)의 66%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분기(1조 4660억 원)에 이어 개별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중국행 온라인 직접판매(역직구)는 2503억 원으로 전년보다 11.6%(330억 원) 감소했다.

이로써 3분기 한국의 대중 온라인쇼핑 무역수지 적자는 1조 1637억 원으로, 2분기에 처음 1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적자 폭을 확대하며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상품을 사들이는 규모가 급증하고 판매는 감소하면서 양국 간 온라인 거래 격차는 5.7배까지 벌어졌다.

한때 한국의 대중 온라인 거래는 흑자였다. 2020년 3분기에는 중국행 역직구 판매액이 1조 4573억 원을 기록해 1조 1868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왔다. 2021년 3분기 8353억 원, 2022년 3분기 2636억 원, 2023년 3분기 3171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3분기 2833억 원, 올 3분기 2503억 원으로 6년 새 78.9% 감소했다.

적자 폭도 확대되고 있다. 2022년 첫 3분기 기준 적자(-2872억 원)를 기록한 뒤, 2023년 3분기 -5039억 원, 지난해 3분기 -8965억 원, 올 3분기 -1조 1637억 원으로 3년 연속 확대됐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공세…"초저가·무료배송으로 시장 잠식"

중국발 직구 급증의 배경에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자리한다. 두 회사는 초저가·무료배송 전략과 대규모 마케팅으로 한국 온라인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의 카드 결제 추정액은 3조 6897억 원, 테무는 6002억 원으로, 둘을 합치면 4조 2899억 원에 달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해 8월 '역직구 수출 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 및 세관의 경우 일반적인 방식보다 배송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더 높여주는 새로운 해외 직접판매 시스템을 구축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이커머스 기업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초저가 판매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후 장기적으로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며 "당분간 초저가 판매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 다양성·기발함, 中플랫폼이 앞서…한한령 등 정책 변수도 부담"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국에서 중국 직구 제품의 약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우리 플랫폼에 비해서 제품의 다양성과 기발성에 우위를 갖고 있다"며 "우리 플랫폼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재미로 상품을 둘러보는 '윈도쇼핑(Window Shopping)'을 유도하는 데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제품들의 품질이 옛날만큼 조악하지 않다"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 만큼 일부 제품의 경우 품질이 보장되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류 제한 조치(한한령) 등 정책적 요인도 한국의 대중 온라인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김나율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중국 온라인 직접판매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한한령'(한류금지령)"이라며 "2017년 발효 이후 한국 기업이 중국으로 콘텐츠나 관련 물품을 수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최근 한한령 해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규제가 완화된다면 향후 국내 기업의 중국 온라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또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환경·안전기준 미준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우리 기업은 품질·안전성 및 환경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제품 생산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이나 북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한국 제품 중에서 온라인 직접 판매가 가장 많이 이뤄진 건 의류와 화장품이었는데 현재는 음식료품의 인기도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품목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새로운 판로를 찾아나간다면 해외 직접 판매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