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2.4%↑ 1년3개월래 최고…정부 "향후 불확실성 있어"(종합2보)

긴 추석 연휴에 개인서비스 '껑충'…정부 "소비쿠폰 영향은 없어"
석유류 4.8%·사과 21.6%·쌀 21.3% 상승…외식 3.0%·가공식품 3.5%↑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채소 코너.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전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4%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채소류 가격은 14.1%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과일과 축산·수산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 불안이 여전히 계속됐다.

이에 더해 환율 상승과 유류세 한시적 인하 폭 축소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커지고, 긴 추석 연휴에 개인서비스 가격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정부는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 영향은 없다면서도 향후 기상여건 등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등 물가 불확실성을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100)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1.7%를 기록한 이후 9월 2.1%에 이어 10월 2.4%로 3개월 연속 오름폭이 커졌다. 지난해 7월(2.6%)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3.1% 올라 전월(1.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채소류가 양호한 기상 여건 등으로 14.1% 하락했지만, 신선과실이 10.8%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끌었다.

농산물 중 배추(-34.5%), 무(-40.5%), 토마토(-29.3%) 등은 가격이 크게 내렸다. 반면 쌀은 21.3%, 사과는 21.6%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5.3%, 5.9% 상승했다.

축산물 중에서는 돼지고기(6.1%), 국산쇠고기(4.6%) 등의 가격이 올랐고, 수산물 중에서는 고등어(11.0%) 등이 올랐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채소류 등 출하량 증가와 지난해 기저효과로 하락 폭이 확대했다"며 "잦은 비로 인해 쌀 등 곡물과 과일류의 가격이 상승했다. 다만 이달 후지(사과)의 출하량이 증가하면 (과실류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김장철 배추와 무 4만 7000톤을 공급하는 등 김장대책이 즉시 시행되는 만큼 이달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업제품은 2.3% 상승했다. 그중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3.5% 올라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빵(6.6%), 커피(14.7%) 등의 오름세가 계속됐다. 다만 9월(4.2%)보다는 상승 폭이 축소됐다.

석유류는 4.8% 올라 전월(2.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경유(8.2%), 휘발유(4.5%)가 모두 올랐다.

이 심의관은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보다 하락했지만, 당시 10.9% 하락했던 기저효과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국제유가로만 보면 석유류가 하락하는 게 맞지만, 환율, 세금 구조(유류세 한시적 인하 축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공식품은 명절 세일이나 부침가루, 식용유 등의 할인으로 인해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로 귀국하고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개인서비스 물가는 3.4% 올라 전월(2.9%)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3.6%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16.3%), 공동주택관리비(3.8%), 해외단체여행비(12.2%) 등이 주로 상승했다.

반면 외식 물가는 3.0% 상승해 전월(3.4%)보다 오름폭이 둔화했다.

이 심의관은 "외식 물가는 일부 햄버거, 피자 세일로 상승 폭이 축소됐다"며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장기 추석 연휴 영향으로 인한 해외여행, 차 임차료, 콘도 사용료 등이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소비쿠폰 발행이 이번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쿠폰은 사용지와 사용처가 제한돼 있고, 온라인을 통한 숙박 예약 등에 사용할 수 없다"며 "장기 연휴로 인한 여행·숙박 등 가격 상승 영향으로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쿠폰은 주로 대중음식점, 식료품 등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공공서비스는 전월과 같은 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대학교 납입금(5.3%), 치과진료비(3.2%) 등은 올랐으나 유치원납입금(-23.0%) 등이 하락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올라 전월(2.0%)보다 상승 폭이 0.2%p 확대됐다. 지난해 7월(2.2%)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이 심의관은 "근원물가는 식료품과 에너지가 제외됐지만 해외여행 등 개인서비스가 오른 영향"이라고 했다.

또 다른 근원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2.5% 올라 전월(2.4%)보다 상승 폭이 0.1%p 확대됐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하며 전월(2.5%)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계절·기상 조건에 따라 변동이 큰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0.8% 하락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물가에)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등 주요 품목별 가격과 수급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필요시 대응방안을 신속히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phlox@news1.kr